강한 힘을 내면서도 반응 속도가 빠른 인공 근육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포스텍(POSTECH)은 박문정·손창윤 화학과 교수가 류이양 왕 연구조교수 연구팀이 기계적 강도·이온 전도도 동시에 높인 이종 관능기 고분자 전해질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최근 실제 로봇에 인공 근육을 탑재하려는 연구가 한창이다. 하지만 액추에이터 구동의 핵심 소재인 고분자 전해질의 기계적 강도(힘)와 전도도(속도)가 상충돼 강한 힘과 빠른 속도를 동시에 구현하는 인공근육 개발은 지지부진했다.
연구팀은 전하인력과 수소결함을 할 수 있는 서로 다른 관능기가 2옹스트롬(Å)의 거리에 위치한 신개념 고분자 전해질을 개발했다. 힘과 속도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인공 근육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저전압 조건에서 기계적 변형을 보이는 액추에이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액추에이터에 사용되는 고분자 전해질의 특성상 힘과 반응 속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는 없었다. 근육의 힘을 강하게 하면 반응 속도가 느려지고, 반대로 반응 속도를 빠르게 하면 힘이 약해졌다.
연구팀은 이종 관능기 고분자라는 혁신적인 개념을 도입했다. 유리처럼 딱딱한 이 고분자 매트릭스 속에 수 나노미터(㎚) 폭의 1차원 이온 통로를 형성한 결과, 고분자 전해질의 기계적 강도가 높으면서도 이온 전도도가 높은 초이온전도성 고분자 전해질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성과는 휴대용 배터리(1.5V)를 연결해 수 밀리 초(ms)의 빠른 스위칭 및 강한 힘을 내는 유례없는 인공 근육을 만드는 데 적용될 수 있다. 소프트 로봇 및 웨어러블 테크놀로지의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연구 결과로 여겨진다. 더 나아가 안정성이 높은 리튬메탈 배터리를 비롯해 차세대 전고체 전기화학 기기에도 활용이 기대된다.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