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체는 유전자 설계도에 따라서 개체 형태와 특징이 결정된다. 영국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은 개체 속성을 유전자를 운반하는 생존 기계(survival machine)라고 일컬었다. 인터넷은 과학기술의 파생물임에도 생명체처럼 상호접속성의 생존 기계를 탑재하고, 자기 진화와 자가증식을 계속해 왔다.
1990년대 인터넷은 PC를 기반으로 홈페이지 열람과 검색을 위한 단방향 인프라였다. 당시 인터넷을 웹(Web)1.0으로 본다. 2010년대의 인터넷은 스마트폰과 클라우드의 극적인 진화가 있었다. 수많은 인류에게 SNS 중심의 양방향 정보공유 인프라를 제공하면서 인터넷은 웹 2.0 국면으로 진입했다. 2020년대 이후 인터넷의 새로운 조류는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형 웹 3.0으로 전환되고 있다. 웹 3.0은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가 기축이 되는 차세대 인터넷 생태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서는 가상세계, 디지털 트윈, 혼합현실(MR), 확장현실(XR) 등 다양한 공간의 창조와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앞으로 스마트 안경 등 메타버스 디바이스가 고도화될 것이다. 그 결과 현재의 스마트폰처럼 메타버스와 현실 세계는 자연스럽게 공존과 공진화를 거듭하면서, 인류의 활동공간을 극적으로 확장할 것이다. 예컨대 다차원 디지털 공간을 기축으로 인터넷 생태계의 재구축이다.
2030년대의 비욘드 웹 3.0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필자는 인류와 물리세계의 모든 사물과 공간을 초연결하는 만물지능인터넷(Intelligence Internet of All Things) 환경이 될 것으로 본다. 만물지능인터넷의 실체는 인류 문명의 3대 기축인 신경망으로서의 디지털 인프라, 혈관망으로서 전력 인프라, 근육망으로서 물류인프라를 통합하는 '결합지 인프라(Connected Intelligence Infra)'로 탈바꿈이다.
만물지능 인터넷은 AI 시스템과 인간을 구성요소로 하는 정보·전력·물류 인프라의 총체다. 현재는 만물지능 인터넷 기반형성단계로 AI가 다른 AI와 연계되지 않고 인터넷을 매개로 단독으로 기능하며 인간을 지원한다.
2030년대 비욘드 웹 3.0 시대는 만물지능 인터넷의 발전단계로 이행할 것이다. 여기서는 AI 상호 네트워크가 형성돼 사회 각 분야에 있어서 자동조정과 자동조화가 이루어진다. 대부분 제품과 서비스에는 AI가 파고든다. 복수의 AI를 총괄하는 능력을 가진 메타 AI도 출현한다. 메타 AI는 복수의 AI가 상호 제휴하고 협조하도록 한다.
2040년대는 만물지능 인터넷의 성숙 국면이 될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인류의 지성과 디지털 지능의 고도융합으로 인간의 신체적 증강과 인지적 역량이 확장될 전망이다. 분산·최적 배치된 AI와 인간의 상호작용이 고도화되기 때문이다. 고성능 센서, 액추에이터, 인간, AI가 융합해 유기적으로 초연계되는 만물지능 편재사회가 출현한다.
만물지능인터넷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서는 초대용량 데이터를 정교하게 처리하는 혁신적 컴퓨팅 자원 확보가 불가결하다. 예를 들어 자율자동차는 충돌과 정체 회피를 위해 카메라·GPS 등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관리 서버로 통신하고, 가속과 감속, 경로 변경을 실시간으로 수행해야 한다. 자율자동차의 최적 운행에는 한대당 하루 1테라바이트 계산력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자율자동차, 스마트 로봇, 정밀 원격의료 서비스 등은 0.01초 이내 초저지연 정보처리가 불가결하다. 데이터 발생원에서 가장 가까운 컴퓨터에서 효율적인 초분산처리가 가능하도록 제어함으로써, 초저지연화 실현과 저소비 전력화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차세대 컴퓨팅 제어를 기축으로 하는 만물지능인터넷 환경 분석과 역량 확보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때다.
하원규 미래학자·디지털 토굴인 hawong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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