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다. 제도 도입 10년이 지난 지금 시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실효성도 불투명하고 이 제도로 이익을 얻는 사람은 과연 누군가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지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매월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고 0시부터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전통시장 등으로 소비자 유입을 늘리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영업 규제가 오히려 지역 소비 위축을 불러왔다. 마트에서 장을 보던 소비자는 비영업일에 전통시장에 가지 않고 휴무일 전 소비를 늘리거나 하루를 참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런 상황은 대형마트 매출 감소로 나타났다. 정진욱 연세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영업 규제로 인한 대형마트 매출 감소는 2조800억원에 달했다. 중소 협력사의 매출 하락도 8700억원에 육박했다. 지역 상권 공동화 등 간접적 영향은 수조원대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왔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제안 온라인 국민투표'를 진행하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1위로 꼽히는 안건이었다. 어뷰징 문제로 순위 선정은 하지 않았지만 국민 관심이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 만약 어뷰징이 없어 순위 발표를 했더라도 관련 규제 폐지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법 개정이 필요한데 반대 여론도 있고 여야가 합의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는 방안이 떠올랐다. 이해관계자들이 협의하면 지자체별 조례 개정만으로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지난 2011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에 따라 시행됐다. 중기 적합업종에 선정되면 최장 6년간 동일 업종에 대한 대기업 진입과 확장이 제한된다. 대기업과 경쟁이 안 되는 중기, 소상공인을 살려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동반성장한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정책 시행 후 해당 사업체의 퇴출 가능성만 낮아졌을 뿐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오히려 대기업의 투자 감소로 산업 경쟁력은 뒷걸음질 쳤다.
적합업종이 적용된 제과업계는 신규 출점 연 2% 제한과 동네빵집과 500m 이상 거리두기를 해야 했다. 대표 기업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대형 프렌차이즈로 갈아타고 싶은 동네빵집도 길이 막혔다. 틈새를 뚫고 나온 대형 커피전문점이나 외국계 제빵업체들이 수혜를 누렸다. 적합업종 지정 후 스타벅스 매장 수는 1.5배 이상 늘었다. 한때 '파리바게뜨의 적은 스타벅스'라는 얘기까지 돌았다. 제과업계뿐만 아니다. 적합업종에 지정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김치는 대기업 투자가 끊기고 규제 사각지역에 있던 중국산이 범람했다.
최근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기 적합업종제도를 폐지할 필요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제도 도입 10년간 대기업 생산 및 고용 활동은 위축됐고 중기 활동도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기업 규모로만 생산 활동을 제한하는 제도는 자원 배분 효율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규제의 효율성이 떨어지면 개선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규제라도 규제는 규제다. 시장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물은 없애줘야 한다. 대중소기업 상생은 규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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