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족쇄가 풀리면서 현장경영 보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시급한 '뉴삼성' 혁신에 속도를 내기 위해 국내외 주요 사업장을 점검, 변화 속도를 당부하는 한편 글로벌 주요 파트너와 네트워크 정상화 노력을 강화한다. 내부 혁신뿐 아니라 국내 투자, 민간외교를 통한 국익창출에 기여하기 위한 현장행보가 빨라질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2일 복권 후 광복절 연휴 기간 동안 재택에 머무르면서 향후 경영 전략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휴 이후 첫 행보로는 한종희 DX부문장, 경계현 DS부문장 등 주요 사업 부문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주요 경영 현안을 보고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후 곧바로 삼성 서초사옥에서 주요 CEO를 소집, 현안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재판과 취업제한 규정 부담 등으로 제약 받았던 현장점검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품 양산에 성공한 경기 화성캠퍼스나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당시 방문했던 평택 캠퍼스 등이 거론된다.
수요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스마트폰·가전 부문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삼성디지털프라자 등 현장 방문도 점쳐진다. 이 부회장은 2020년 9월에도 추석을 앞두고 디지털프라자를 방문해 고객 입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직원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이 복권 후 첫 메시지로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언급한 만큼 '국가 경제 구원투수' 역할도 책임감 있게 수행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발표한 240조원 규모 미래 신사업 투자 계획, 올해 5월 향후 5년 간 450조원 규모 국내 투자 및 8만명 신규 고용 등을 이행할 세부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이 부회장은 앞서 발표한 국내 투자·고용을 차질 없이 이행하도록 전략 수립을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가진 브랜드 파워를 활용, 민간 외교에도 팔을 걷어붙인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오는 9월 미국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 일정에 경제 사절단에 동행하는 한편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착공식도 함께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미·중 갈등 속 국내 반도체 산업 입장을 양국 정관계 인사에게 직간접적 대변하는 삼성의 역할과 2030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도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15~17일 방한하는 빌 게이츠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이사장과 깜짝 만남도 제기되는 등 글로벌 주요 파트너와 네트워크 복원 움직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