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ABB, 韓 전기차 충전기 시장 '재도전'

2017년 KC인증에도 진출 연기
전기차 보급 가속…전략 구체화
SK·롯데·LG 등과 경쟁 예고
서비스망 확보가 '성공 관건'

ABB가 개발한 초급속 전기차 충전기 테라 360
ABB가 개발한 초급속 전기차 충전기 테라 360

세계 88개국에 전기차 충전기를 공급한 스위스 ABB그룹이 한국 시장에 재도전한다. 전기차 수요가 급성장하면서 잠정 연기한 국내 사업 준비를 재개한다. 국내 대기업도 인수합병(M&A) 등으로 앞다퉈 시장에 진출한 상태여서 경쟁을 예고했다.

ABB코리아는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해 인증 절차를 밟을 제품 선별 작업에 착수했다고 16일 밝혔다. 가정, 아파트·호텔, 상업 주차장, 대형 트럭, 산업용 함대, 버스 등 폭넓은 솔루션을 갖고 있는 만큼 제품별 타깃 시장을 명확히 한다. 세부 사업계획으로는 이르면 내년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ABB의 한국 진출은 애초 계획보다 늦어졌다. ABB코리아는 2017년 53㎾ 완속 전기차 충전기 판매를 위해 KC인증을 받았지만 실제 제품은 출시하지 않고 국내 진출을 연기했다. 최근 한국 내 전기차 보급이 가속화하면서 사업을 재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준호 ABB코리아 대표는 “전기차 충전 시장은 미래 성장 사업”이라면서 “ABB코리아도 사업을 하는 데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한국이 중요한 시장인 만큼 제품 출시를 위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선 내년 3월께 충남 천안 ABB 스마트팩토리에 급속·완속 충전기를 구축, 시범운영한다. 자사 임직원은 물론 방문한 고객사 임직원이 다양한 ABB 전기차 충전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ABB그룹은 산업용 로봇으로 유명한 스위스 기업이다. 계열사 ABB E-모빌리티를 통해 2010년부터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전개했다. 지금까지 고속 충전기 3만개를 포함해 88개국에 60만개를 판매했다. 상위 모델인 '테라(Terra) 360'은 전기차 충전기 출력이 360㎾에 이른다. 전력 분배로 최대 4대의 차량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모듈식 충전기다. 3분 충전만으로 약 100㎞ 주행이 가능하다. 상용 전기차 충전기 라인업에 속하는 팬터그래프 충전 솔루션은 최대출력이 600㎾다. 3~6분의 짧은 충전 시간에도 주행 가능 거리를 큰 폭으로 늘려 전기버스 등의 원활한 운영을 도울 수 있다.

전기 버스를 위한 판토그라프 충전 솔루션
전기 버스를 위한 판토그라프 충전 솔루션

ABB코리아는 국내 대기업과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서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SK그룹이 충전 사업을 위해 시그넷(현 SK시그넷)을 인수했고, 롯데그룹은 중앙제어를 사들였다. LG그룹과 GS그룹은 최근 애플망고 지분을 나눠 인수했다.

ABB코리아 사업의 성공 관건은 서비스망 확보에 있다. 직접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인증을 마치더라도 서비스 협력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주요 전기차 충전 서비스 제공사는 급속으로는 대영채비·에스트래픽·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완속으로는 파워큐브·에버원·GS커넥트 등이 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