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지난해 7월 ASML의 '하이(High) NA' 극자외선(EUV) 장비를 세계 최초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이 NA EUV 장비는 ASML의 차세대 노광장비다. 렌즈수차(NA)를 기존 0.33에서 0.55로 끌어올려 보다 초미세 회로를 구현할 수 있다. 이르면 내년 첫 장비가 공개될 예정이다.
인텔이 하이 NA EUV 장비를 우선 공급받는 건 인텔 첨단 공정 로드맵과 궤를 같이한다. 업계에서는 현재 EUV 장비로는 2나노미터 이하 첨단 공정 구현이 쉽지 않다고 전망한다. 2025년에는 하이 NA EUV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텔은 2024년 2나노 수준 공정인 '인텔 20A'를 선보이고 2025년에는 1.8나노급 '인텔 18A' 공정을 구현할 계획이다. 기존 나노미터(㎚) 단위 공정 시대를 종언하고 0.1㎚인 '옹스트롬'(Å)'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서 하이 NA EUV 노광장비는 필수다.
EUV 노광장비 확보 수만 따지면 인텔은 TSMC나 삼성전자에 뒤처진다. 이제 7나노미터 이하 미세 공정을 준비하는 만큼 EUV 노광 공정 수요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3나노미터 이하 첨단 공정 경쟁에서는 밀리지 않기 위해 서둘러 하이 NA EUV 장비를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 첨단 공정 로드맵을 현실화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하이 NA EUV 장비 확보는 인텔과 ASML 협력 관계를 방증한다. 비록 양산을 위한 대규모 고객사는 아니지만 인텔도 연구개발(R&D)용으로 EUV 장비는 다수 활용해왔다. ASML의 하이 NA 장비 개발에도 인텔이 적극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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