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취임 100일] '오면초가' 몰린 尹…대외 외교도 '험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시작된 윤석열 정부의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국익' 외교를 강조하지만 미국과 중국, 일본, 북한,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뚜렷한 정책을 잡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미국에 반도체 공급 협의체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칩4'는 사실상 글로벌 경제시장의 큰손 중국을 첨단 기술 공급망에서 제외하기 위한 협의체다.

중국과 밀접한 경제 관계에 놓인 한국은 그동안 칩4 가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칩4 동맹을 공식화하면 지난 2016년 사드 설치 당시처럼 중국의 경제 보복을 당할 공산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9일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한중 양국이)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망과 산업망을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칩4 가입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칩4 참여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참여할 경우 설계(미국), 생산(대만), 소재·부품·장비(일본)에서 기존보다 안정된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어. 미국과 한층 강력한 동맹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반도체 핵심 수출국이자 생산국인 중국을 놓치면 그만큼 경제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가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해도 상대측의 비난, 보복 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했다.<연합뉴스>

새 정부 출범 이후 의욕을 보이는 한일관계 개선도 녹록지 않다. 일본 정부가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하면서 한국 정부에 적극적 해결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한일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해 한일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는 19일 예정된 한국 대법원 판결에서 '일본 전범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가 결정되면 양국관계가 다시 최악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에도 손을 내밀었다.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하면 경제·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게 적대적 태도를 고수하는 북한이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일 공산은 크지 않다.

지난달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위험한 (남측)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으로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최근 “남측 코로나19가 북에 유입됐다”고 주장하며 보복을 예고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에 등을 돌린 러시아와의 관계도 윤석열 정부가 풀어야할 매듭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정부는 지난 3월 자국과 자국 기업, 자국민에 우호적이지 않은 행동을 했다고 규정한 한국, 미국, 일본 등을 '비우호 국가'로 지정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