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사 등 국가 전반의 인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비롯한 과기계 인사도 제자리걸음 중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경우 지난 3월 말 기관장 임기가 만료됐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산하 녹색기술센터(GTC) 기관장 임기도 4월 말 끝났다.
GTC와 같은 부설기관 외 출연연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인선 대소사를 맡는다. 그런데 관련 소식이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 기관장 선임 계획안의 NST 이사회 통과가 우선 이뤄져야 하는데, 지난 10일 진행한 이사회에서도 관련 안건은 논의되지 않았다. 출연연 현장에서는 이번 이사회에서 안건이 논의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문제는 향후 언제쯤 절차가 진행될지 시점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통상 기관장 선임 절차에 3개월가량 소요됐던 것을 고려하면, 빨라야 올 연말에 가까워져서야 새로운 기관장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출연연 임무 수행에 방해가 된다. 현 원장이 다음 기관장이 선임될 때까지 직무를 이어가고 있어 직접적인 업무 공백은 없지만, 정확한 재직 기한이 명확지 않은 상황에서는 활동이 위축된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내 인사도 유사 사례로 거론된다. 과총은 안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 인선이 미뤄졌다. 본래 지난달 말이 임기 만료 시점으로, 6월 초 새로운 총장을 인선하는 '전형위원회'까지 구성했지만, 공모를 후일로 미루고 현 총장 임기를 3개월 연장했다. 기존에 없던 일이다.
과기계에서는 국가 전반의 인사 지연을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출연연의 경우 기관장 인사에 정부 의중이 크게 반영돼 왔다. 정부 인사 지연은 과기계 인선 지연이라는 도미노식 여파를 부를 수밖에 없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경우 정부 출범 100일을 맞은 지금까지 국장급 인사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과총 사례 역시 같은 시각의 의견이 나온다. 과총은 한국과학기술회관 건설 마무리 등 기존 사업 연착륙을 위한 결정이고, 새로운 총장 인선을 미룬 것에 정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과기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정부 관료 출신이 사무총장을 역임해 온 점을 들어, 정부 인사 지연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 과기계 관계자는 “출연연의 경우 정부에서 '진행하자'는 시그널을 보내지 않으면, NST도 인선을 진행할 수 없는 것이 현 구조로, 관련 업무를 맡는 정부 인사가 우선될 수밖에 없다”며 “외부 민간단체 역시 어느 정도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TRI·원자력硏·KBSI 등기관장 공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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