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을 뚫고 올해 상반기 국내 공장 가동률 100% 이상을 달성했다. 상반기 가동률이 100%를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00.9%) 이후 3년 만이다. 글로벌 공장 가동률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하면서 올해 생산 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17일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공장 생산 실적은 81만7868대로 가동률 100.7%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정상 가동이 어렵던 2020년 상반기 국내 공장 가동률은 86.8%에 그쳤다.
현대차는 지난해 상반기 가동률을 93.2%로 끌어올린 후 이어 하반기 생산 가속으로 지난해 연간 가동률 100.5%(162만231대)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100% 가동률 달성에 성공했다. 올해 하반기 계획대로 안정적 생산을 유지한다면 2년 연속 100% 이상 가동률을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의 해외 주요 공장도 빠른 속도로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유럽 생산 거점인 터키 공장은 지난해 상반기 79.8%에서 올 상반기에 100.8%로 상승하며 현대차 글로벌 공장 가운데 가장 높은 가동률을 기록했다. 뒤를 이어 체코 공장(94.7%), 미국 공장(90.4%), 인도 공장(90.2%), 브라질 공장(90.0%) 등이 모두 가동률 90%를 상회했다. 다만 러시아공장 가동률은 2분기 생산 중단 여파로 43.2%에 머물렀다. 국내 공장을 포함한 현대차의 글로벌 공장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상반기 92.7%에서 올해 상반기 93.2%로 0.5%포인트(P) 상승했다.
기아도 공장 가동률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며 회복세를 나타냈다. 올 상반기 기아의 글로벌 공장 평균 가동률은 88.2%로 지난해 상반기(84.3%)보다 3.9%P 높아졌다. 기아의 미국 공장 가동률은 91.9%, 국내 공장은 90.3%를 각각 기록했다. 2019년 준공 이후 50∼60%대 가동률에 그친 기아의 인도 공장 가동률은 올 상반기 88.2%까지 올랐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주요 공장 생산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현대차의 실적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현대차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1개월 사이 8조원대에서 10조원대로 상향 조정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제시한 현대차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지난해 대비 51.8% 증가한 10조1447억원이다. 매출도 지난해 대비 15.4% 늘어난 135조8029억원으로 예상했다.
미국 내 전기차 생산 확대는 현대차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면서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전기차의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미국 내에서 최종 생산한 전기차만 세제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는 아이오닉5, EV6 등 주력 전기차를 모두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조지아주에 건설 예정인 연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은 2025년이 돼야 가동이 가능하다. 당장 기존 내연기관차 공장에 전동화 생산라인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내 전기차 생산 확대를 위해서는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