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위기다. 1980년 대학 학령인구가 363만명이던 것이 2010년 260만명, 2020년 241만명 등 30년 동안 현격히 감소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30년 187만명, 2040년 118만명으로 줄어든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전체 학령인구도 1980년 1440만명에서 2040년 447만명으로 줄어든다. 우리나라를 이끌 미래 세대가 사라지는 것이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980년 146만명에서 2010년 537만명, 2020년 815만명, 2040년 1725만명으로 증가하게 된다. 2040년이 되면 생산연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56.8%에 불과하게 되고 고령인구는 15.7%, 유소년인구는 12.2%가 돼 매우 심각한 나이별 인구구조가 된다. 대학만의 위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위기다.
새 정부가 대한민국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인구문제를 최우선 순위에 놓아야만 하는 이유다. 부동산, 여성·가족, 에너지, 환경, 복지, 교육 등 모든 국정과제는 인구 위기를 핵심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래에 다가올 위기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당장 성과가 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장기적 안목으로 지속 가능한 정책을 설계 및 추진해야 한다. 인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현실화한 미래 인구 위기 문제를 미래 세대로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 국민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미래 세대를 위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혁신이 함께해야 한다. 인구 위기가 초래하는 문제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한 전면적 디지털 대전환(Grand DX)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인구 위기의 직접적 문제인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이민이나 이주노동자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디지털 혁신을 통해 노동시장 구조를 재구조화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기존 노동자 재교육 및 고급 노동력으로의 전환 지원 등 노동시장 디지털 대전환에 따른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병행 추진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고령층에 대한 디지털 복지를 확대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디지털 기반 교육 활동과 인력 지원, 디지털 대전환을 통해 재구조화된 노동력을 사람의 온기가 필요한 교육 또는 취학 전 아동이나 방과 후 초등학생 돌봄 등에 확대 투입해야 한다.
대학의 디지털 대전환과 재구조화도 필요하다. 플립러닝이나 블렌디드러닝 등 디지털 기반 교육 방법론을 적극 개발·활용하고,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필요한 인재 양성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지금 대학생이 느끼는 취업에 대한 좌절감과 경제적 불안, 혼인·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최소화할 정책을 마련하고 법·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미래 세대의 좌절은 곧 대한민국의 좌절이다.
디지털 대전환을 통해 미래 인구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디지털 혁신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디지털 대전환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디지털 혁신을 통한 혜택은 당연히 모든 구성원이 누려야 하지만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문제도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 인구 위기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디지털 대전환의 후유증이 남아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정보화 혁명을 통해 사회·경제 등 각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진행됐지만 디지털화의 정도는 천차만별이고, 인구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제는 모든 분야에서 전면적 디지털 대전환을 가속해야 한다. 인구 위기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고 적극 수용하며, 디지털 혁신으로 야기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이해관계자는 열린 마음으로 협력하고 정부는 이해관계 조정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디지털 대전환을 기반으로 한 전면적 국가 시스템 재구조화를 통해 인구 위기를 해결하고 미래 대한민국의 초석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인공지능·빅데이터 정책연구센터장 kjchoi@gach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