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한 직업계고 역할

정도건 동래원예고 교장.
정도건 동래원예고 교장.

우리나라 교육기본법 제21조는 학교 교육을 통한 직업능력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건강한 사회는 직업 교육을 충실히 받은 고교 졸업생이 직업을 찾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어야 한다. 고졸 출신이 능력을 인정받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면 현재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학력 인플레 문제를 크게 완화할 수 있다.

직업계고는 산업수요 맞춤형 고교인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를 통칭하는 말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직업계고 학생 비율은 18% 수준으로 OECD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직업계고 졸업 후 진로 동향 및 경기 지표와의 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직업계고 졸업생의 단순 취업률은 29.2%에 그쳤다. 진로 미결정 비율도 26.4%에 이른다.

직업계고가 어떤 역할을 해야 건강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을까.

첫째 지속적인 인성교육이 필요하다. 눈을 바라보며 밝게 인사하는 인사 예절,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감사함을 표현하는 감사 예절 등을 지속 가르쳐서 사회로 나갔을 때 인간관계를 잘 맺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둘째 인문학 융합 교육을 강화, 품격을 갖춘 직업인을 양성해야 한다. 직업 교육에 매몰돼 음악, 미술, 문학 등 교양 교육을 등한시해선 안 된다. 1인 1악기를 다뤄 합주를 할 수 있는 정도라면 사회생활은 물론 개인의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누릴 수 있다.

셋째 기본 교육뿐만 아니라 각 학교만의 특화교육이 중요하다. 특히 직업계고는 각종 외부협력 교육사업을 포함해 그 학교만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특화교육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필자가 몸담은 학교는 도제교육 방식의 명장 공방, 위드 코로나 시대에 대응한 5개 국가와의 온라인 국제교류, 우장춘홀 구축 운영으로 농업계 학생의 자존감 증진 등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넷째 산·학·관(지산학 포함) 협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산·학 협력에서 학은 대학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직업계고는 직업 교육을 위한 다양한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해서 더욱 적극적으로 산·학·관 협력 체제에 동참한다면 직업 교육 성과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중앙취업지원센터는 물론 전국 17개 시도취업지원센터와 협력해서 졸업생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찾고, 각 학교의 장점을 여러 기업에 알려 학생과 기업의 매칭 기회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기업 맞춤형 교육과정을 도입해서 현장 적응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각 학교 산학관협의회에 우수 중소중견 기업을 동참시키는 방법도 좋다.

다섯째 정부 차원의 직업계고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고졸 채용에 동참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정부 부처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청년지원예산을 하나로 모아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학생의 임금을 대기업의 70% 수준까지 보장해 준다면 고졸 취업 활성화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여섯째 기술과 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문교과 교사 대상으로 장기 산업체 현장 연수를 제안한다. 전문교과 교사들이 6개월 이상 산업체 현장 연수에 참여해서 현장을 이해하고 경험을 쌓으면 산업 현장과 직업계고 실습 간 현실적 괴리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산업 현장의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학교 구성원의 의지와 정책적 뒷받침이 우선돼야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학부모를 포함해 사회 전반에 걸쳐 직업계고의 장점을 알려야 한다. 직업계고에는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과 혜택(선취업 후진학, 취업 관련 등)이 많지만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 나가면 우수한 신입생이 많이 들어오고 이들이 사회로 나가 전문 직업인으로 활동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직업계고가 목적과 기능에 충실하면 역량 있는 졸업생을 많이 배출할 것이고, 역량을 갖춘 직업계고 졸업생은 행복한 직업인으로서 활동할 것이다.

수도전기공고·광운인공지능고 등 많은 직업계고가 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고, 필자를 비롯한 수많은 직업계고 관계자들은 직업계고의 방향과 미래 비전을 고민하고 있다. 또 여러 대학과 유관 기관이 직업계고 발전 방향과 지원 정책을 개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고 감사한 일이다.

직업계고 출신 학생이 사회에서 자부심을 갖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행복한 대한민국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다.

정도건 동래원예고 교장 hl5jzj@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