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는 '예대금리차 공시제도'가 22일 시작된다. 금리인상기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다. 다만 실효성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은행들이 '이자 장사' 1위란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 수신금리를 재빠르게 올리면서 대출금리까지 동반 상승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예대금리는 은행의 예·적금과 대출 금리 차이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예대금리차가 크면 은행이 예·적금 이용자에 적은 혜택을 돌려주고, 차주에게 더 많은 이자를 받았다는 의미다.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는 은행들이 분기마다 사업보고서를 통해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던 주기를 월단위로 단축하고,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서 은행별 금리차이 비교가 쉽도록 개선하는 것이 골자다. 예대금리차 산출 대상은 잔액에서 전월 신규 취급액으로 바뀌며, 올해 7월 신규 취급분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제도 도입 일정이 나오자 시장도 반응하고 있다. 최근 하나은행이 적금 22종, 예금 8종에 대한 기본금리를 최대 0.9%포인트(P) 올렸다. 우리은행은 21개 정기예금과 25개 적금 금리를 최대 0.8%P, NH농협은행도 예·적금 금리를 최대 0.6%P 각각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도 있지만, 한 달 새 은행들이 1%P 가까이 수신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도 가세했다. 카카오뱅크는 '파킹통장' 금리를 0.8%P, 정기 예·적금은 최대 0.6%P, 케이뱅크는 '주거래우대 자유적금' 금리를 최대 0.6%P 각각 상향 조정했다.
문제는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리자 코픽스가 오르면서 대출 차주들의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코픽스가 떨어지면 그만큼 은행이 적은 이자를 주고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고, 코픽스가 오르면 그 반대의 경우다.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6월(2.38%)보다 0.52%P 높은 2.90%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발표되기 시작한 이래 1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 수신상품 금리 인상은 기준금리 상승과 더불어 예대금리차 공시를 앞둔 은행들의 부담도 반영됐을 것”이라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까지 반영된다면 코픽스 상승에 따라 당분간 대출금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향후 예대금리차 격차를 벌리지 않기 위해서 우량 고객을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