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곰팡이의 숙주가 된 파리, 퉁가라 개구리를 잡아먹는 사마귀 입술박쥐, 로완베리를 따먹는 황여새, 바오밥 나무 아래 폭염 피하는 아프리카 코끼리 무리 등 신비로운 생태계의 모습이 전 세계 연구진에 생생히 담겼다.
올해로 두번째 열린 생태계 사진대회 ‘2022 비엠시 생태와 진화 사진 공모전’(2022 BMC Ecology and Evolution image competition)의 수상작이 18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이 공모전은 국제학술지 ‘비엠시 생태와 진화’(BMC Ecology and Evolution)가 자연계의 경이로움을 보여주고 인간 활동으로부터 자연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개최했다.
사진 대회는 △자연의 관계(Relationships in Nature), △위협받는 생물다양성(Biodiversity under Threat), △생명 근접촬영(Life Close Up) △연구 현장(Research in Action) 등 총 4개 부문으로 나눠 심사했다.
먼저 종합 대상은 스페인 발렌시아대의 로베르토 가르시아-로아가 촬영한 ‘파리에서 뻗어나오는 기생 균류의 자실체(균류의 포자형성체)’ 사진이 차지했다. 이른바 ‘좀비’ 균으로 불리는 기생 균류가 파리의 몸을 뚫고 나오는 장면이다. SF 소설에 등장할 것 같은 이 모습은 페루 국립 탐보타파 보호구역에서 포착됐다.
2022년 비엠시 생태와 진화 사진 공모전 종합 대상. 사진=BMC Ecology and Evolution/Roberto García-Roa
‘자연의 관계’ 1위는 로완베리를 물고 있는 황여새 사진(맨 위)이 받았다. 핀란드 동핀란드대의 앨윈 하덴볼이 촬영했다. 황여새는 하루에도 수백 개씩 로완베리를 먹는다. 이 중에는 발효돼 알코올이 생성된 열매도 있는데, 이 때문에 황여새는 간이 더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위협받는 생물다양성’ 1위는 더위를 피하는 아프리카 코끼리 무리 사진을 포착한 미국 워싱턴대의 사만다 크렐링에게 돌아갔다. 가뭄이 닥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마푼구베 국립공원에서 아프리카 코끼리가 커다란 바오밥나무 그늘에서 햇볕을 피하는 모습이다. 바오밥나무는 2000년 이상 살 수 있으며, 원통형의 줄기에 물을 저장한다. 코끼리는 물이 부족할 때 이 나무의 껍질을 벗겨 수분을 섭취하곤 한다. 그러나 최근 기후 변화로 온도가 급변하면서 바오밥 나무는 코끼리가 빼앗는 수분을 재빨리 채울 수 없게 됐다.
‘생명 근접촬영’ 부문에서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대의 브랜던 A 귀엘이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코스타리카 오사반도에서 알 속에 꼼지락거리는 청개구리 배아를 촬영했다. 귀엘은 “엄청난 폭우 속에 수천마리의 청개구리가 낳은 알 가운데 하나로, 방해가 없다면 6일 뒤 부화하겠지만 포식자나 홍수같은 위험을 피하려 일찍 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현장’ 부문 1위는 코로나19 방역복을 입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주립대 연구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에 주어졌다. 미국 코넬대의 제퍼슨 리베이로 아마랄은 폭풍우가 닥치는 상황에서도 연구 활동을 이어가는 연구원들의 사진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들은 고립된 나무들이 개구리를 번성시키고 연못 안 영양분 순환을 개선함으로써 인간 활동의 영향을 경감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하고 있었다.
각 부문의 2위도 발표됐다. 각 부문 2위는 짝짓기 소리로 개구리를 찾아내 잡아먹는 박쥐, 봄의 이상기후로 얼어버린 나무 개구리, 물 속에서 공깃방울로 호흡하는 아놀 도마뱀, 수천마리의 청개구리 가운데 있는 연구원 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이 외에 높은 평가를 받은 참가작은 보르네오 열대우림의 생물발광 곰팡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 찬 바닷새의 위장, 멸종위기종인 버뮤다 슴새 등이 있다.
한편, 사진 공모전을 연 비엠시는 과학저널 ‘네이처’를 발간하는 출판사 스프링거 네이처가 운영하는 오픈 액세스 저널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