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기업 규제 개선을 강조했다. 지난 3월 경제단체장과 만난 자리에서는 “모래주머니 달고 메달을 따오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며 지난 정부의 기업 정책을 지적했다. 5월 취임 직후에도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리 기업이 모래주머니를 달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뛰기 어렵다”면서 과감한 규제 철폐를 강조했다. 이에 맞춰 현 정부 초대 경제수장을 맡은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지명 직후 일성 중 하나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 모래주머니를 벗겨내겠다는 것이었다.
이제 막 출범 100일이 지난 터라 현 정부의 규제정책 성과를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기는 힘들다. 대통령과 관계부처 장관들이 수차례 강조한대로 강도 높은 규제개혁 노력을 지속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현대차그룹이 수소전기 지게차를 개발했으나 규제로 인해 1년 가까이 실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울산 수소그린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에서 실증을 추진했으나 양산 체제 수준 인증을 갖춰야 하는 탓에 진전이 없다.
사업화를 준비하는 실증 단계에서도 기업에 과도하게 높은 인증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다. 소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업화가 지연된다. 상대적으로 투자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더욱 어려움이 따른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논란이 규제특구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규제특구는 지역을 지정해 신사업 관련 덩어리 규제를 패키지로 완화해 주는 제도다. 급변하는 기술 여건 속에서 신기술을 규제 없이 연구하고 산업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다. 이번 사례처럼 규제특구에서도 기업이 규제에 가로막힌다면 제도 취지가 무색해진다.
모래주머니는 우리나라 산업현장 곳곳에 존재한다. 정부는 기업의 움직임을 더디게 하는 모래주머니를 찾아내 하루빨리 벗겨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