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올바른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그동안 믿고 관리해 온 '계획-실행-점검'(PDS; Plan-Do-See) 방식은 진정 옳은 것인가. 기업 대부분은 연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을 열심히 실행한 후 사업 실행에 따른 실적이나 성과를 분석한다. 그러나 잘못된 사업계획을 열심히 실행하는 위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열심히 일한 후 성과가 없거나 성과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업계획은 주로 기획실에서 기본 경영전략 방향을 제시하면 부서별로 차년도에 해야 할 일들을 도출해서 예산을 수립하고, 기획실에서 회사 전체 사업을 취합해서 인력·예산·시간 등 경영자원을 설계한다. 사업 조정은 회사 전체 예산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진다.
이렇게 수립된 사업계획을 기반으로 열심히 일하면 △경쟁사보다 차별화한 고객가치가 창출되고 △회사의 매출과 수익성이 개선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조직 역량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것일까.
올바른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위험도 있지만 잘못된 일을 제대로 하는 위험이 더 클 수 있다. 우리는 올바른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짚어 봐야 한다.
여전히 많은 기업은 성과관리 역량이 부족하다. 기업의 모든 사업은 경영 성과와 연결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각 사업이 어떤 성과 지표와 관련돼 있고, 경영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계획을 먼저 세워 놓고 그 사업의 기대효과가 무엇인지 파악하려 한다. 사업에 대한 성과 분석 또한 사업의 완료 여부나 건수 실적 위주로 분석하는 경향이 있다. 원인은 아직 경영전략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한 고객 중심의 균형 있는 성과관리 지표를 발굴하지 못했고, KPI에 대한 성과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기업이 경영성과 분석을 주로 재무 관점의 매출과 이익으로만 판단하고 있다. 재무적 관점뿐만 아니라 고객 관점, 프로세스 관점, 학습과 성장 관점의 균형 있는 성과지표를 설계하고 이들에 대한 디지털화를 통해 성과를 측정·관리해야 한다. 기업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사업이나 활동은 균형 있는 성과지표를 통해 관리해야 한다.
'점검-계획-실행'(SPD; See-Plan-Do) 방식으로 순서를 바꿔야 한다. 고객 중심의 균형 있는 성과지표를 발굴하고, 주기적인 성과 측정을 통해 성과 GAP을 분석해서 성과 GAP을 해소할 수 있는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사업계획을 수립한 뒤에 성과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 개선을 위해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성과를 측정하고 데이터화하는 것에 약하다.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측정해야 데이터화할 수 있고, 데이터화가 돼야 데이터에 근거한 과학적 경영을 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고 있지만 데이터화를 위한 측정과 경영방식의 전환은 고려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데이터에 근거한 디지털 경영을 위해서는 고객 중심의 균형 있는 성과지표를 발굴해서 성과지표 간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주기적인 성과 측정을 통해 성과 GAP을 해소할 수 있도록 '올바른 일'을 찾아내는 'SPD' 방식으로 순서를 바꿔야 한다. 또 1년에 한 번 수립하는 사업계획의 주기를 반기 단위, 분기 단위로 단축하고 시장 상황에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는 마켓 센싱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류승범 UBCNS 대표컨설턴트 CrmCe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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