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바이오로직스가 대규모 채용을 시작한다. 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롯데의 채용에 업계 인력 이동이 대거 일어날지 경쟁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중순까지 설계, 재무, 법무, HR 등 전 부문에 걸쳐 인력 채용을 진행한다. 사원(A)부터 매니저(M)까지 실무자를 구하는 목적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특히 이번 채용에서 △바이오의약품 USP(배양공정)·DSP(정제공정) 설계 △바이오 플랜트 유틸리티 설계 △배양·정제 전문가 △바이오의약품 QA △원부자재 조달 등 바이오의약품 생산 전문가 구인에 집중하기로 했다. 설계 업무는 3년 이상, 배양·정제 업무는 2년 이상 경력, 원부자재 조달은 7년 이상 경력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올해 상반기 출범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5월 미국에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시큐러스 공장을 인수한 데 이어 현재 한국에 송도나 오송에 바이오의약품 메가플랜트 건설을 추진 중이다. 미국 공장은 설비를 증설해 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CDMO) 늘리고, 국내에서는 약 1조원 가량을 투입해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대규모 채용에 나서자 경쟁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CDMO 시장이 단기간에 급성장하며 전문 인력을 구하기 힘든 상황인데, 대기업이 추가로 뛰어들어 구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원하는 경력을 만족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삼성, SK 계열 바이오 업체와 셀트리온에 국한되고, 범위를 넓혀도 국내에서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을 가진 중견기업 정도”라면서 “롯데발 바이오 업계 인력재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CDMO는 인력 전문성에 따라 연구개발, 생산 품질이 크게 좌우되는 산업”이라면서 “당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국내 전문 인력은 한계가 있어 제한된 숫자를 가지고 다퉈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구인 경쟁이 격화하는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이원직 삼성바이오로직스 완제의약품(DP) 사업부장을 영입해 대표를 맡겼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팀장급 인력이 다수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유출이 일어나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상반기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직원 3명을 상대로 '영업 비밀 침해 금지 및 전직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자사에서 습득한 영업비밀을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이직을 막아달라고 법원 판단을 구한 것이다. 인천지방법원은 이달 초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취득한 영업비밀 활용하지 말라”며 가처분 신청 일부를 인용했다.
같은 이유로 롯데바이오로직스 구인이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주요 바이오 업체들은 핵심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대책을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바이오 비즈니스 후발주자인 롯데가 인재를 끌어들이려면 기존 업체들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할 수 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