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과 모바일 게임 회사 네시삼십삼분이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2009년에 설립된 네시삼십삼분은 게임개발사로 시작해서 '블레이드' '영웅' 등 굵직한 모바일 게임을 퍼블리싱한 국내 대표 게임 회사다. 네시삼십삼분은 앞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 콘텐츠 기업 지원사업에 참여해 유망 게임 발굴, 게임 고도화 컨설팅, 투자 유치 및 퍼블리싱 컨설팅,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게 된다.
네시삼십삼분도 스타트업이던 시절이 있었다. 2013년 '활'이라는 게임을 개발할 때 콘진원의 차세대게임 제작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당시 '활'은 출시 88일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지원사업 덕을 톡톡히 봤다. 그렇게 성장한 기업이 10년 넘게 쌓은 성장 노하우를 후배 기업에 전수하겠다는 것이다.
많은 선배 기업이 후배 기업 성장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크게 투자, 멘토링, 네트워킹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최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스타트업 경진대회를 열고 기업당 10억원의 투자를 진행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비키(viki)를 창업한 문지원·호창성 대표는 더 벤처스를 창업해서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무신사도 무신사파트너스를 만들어 패션 스타트업에 총 57건, 81억원의 투자를 진행했다. 카카오는 카카오 인베스트먼트나 카카오 벤처스 등 투자 전문 파트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현업 파트에서도 투자하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이 큰 매출을 달성하면 본 서비스 개발을 뒤로 하고 앞다퉈 투자로 업종을 전환하려던 때도 있었으나 요새는 서비스는 서비스대로 잘 운영하며, 투자 또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최고 액셀러레이터로 평가받는 프라이머의 창업자 권도균 대표는 이니텍과 이니시스 등 국내 대표 결제시스템을 개발한 1세대 창업가다. 이후 스타트업 성장을 도와주는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를 창업해 스타일쉐어, 마이리얼트립, 숨고 등 국내 대표 스타트업들을 육성했다.
프라이머는 배치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을 선발하고 육성한다. 물론 투자도 진행하지만 배치 프로그램의 핵심은 육성이다. 앞선 기수의 선배 스타트업 대표인 멘토가 비즈니스 모델부터 마케팅, 영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업 성장을 돕고 있다.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도 이 프로그램에서 멘토와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처럼 끊임없이 나오는 성공 창업가가 자신의 경험을 후배와 나눌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프라이머 배치 프로그램의 가장 큰 강점이자 다른 액셀러레이터가 따라할 수 없는 차별점이다.
사업체를 운영하다 보면 외부 도움이 필요한 때가 많다. 그럴 때 필요한 분야에 네트워크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 국내 스타트업 네트워킹 프로그램은 대개 단기 행사에만 치우쳐서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승환 레드타이 대표는 국내에서 스타트업에 도움이 되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스타트업액티비티그룹(SAG)은 현재 600명이 넘는 스타트업 관계자가 활동하고 있는 모임이다. 액티비티그룹이라는 이름처럼 축구, 농구, 와인, 등산, 봉사활동, 여행 등 다양한 모임이 있어 그곳에서 활동하면서 자연스레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 관계자와 친해질 수 있다. SAG카카오톡 모임에서는 필요한 도움 요청이나 제품, 서비스 홍보 등이 상시 이뤄지고 있다. 연간 행사로 오프라인에서 단체 네트워킹 모임도 있어 모든 스타트업을 한 번에 만날 수도 있다.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이지만 정 대표는 이 프로그램을 지난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사실상 국내 최고이자 유일하게 스타트업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다.
실리콘밸리에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라는 문화가 있다. 선배 스타트업이 후배 창업자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성장을 도와주는 문화다. 후배 창업자는 선배에게 배웠지만 선배에게 그 감사함을 갚지(Pay it back) 않고 또 다른 후배에게 그 경험을 공유한다. 그렇게 창업 DNA는 기업을 넘고 세대를 넘어 전수된다. 우리도 그렇게 성공 창업 DNA를 후배 기업에 넘겨 지속적으로 유니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문화가 정착하기를 기대한다.
홍종덕 에이씨엔디씨 대표 jdhong@ac-d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