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상식 뒤집는 수산 이야기...정석근 교수 '되짚어보는 수산학' 출간 화제

신간 되짚어보는 수산학: 파렴치범이 된 대한민국 어민들. 사진=도서출판 베토
신간 되짚어보는 수산학: 파렴치범이 된 대한민국 어민들. 사진=도서출판 베토

기존 상식을 뒤집는 수산 이야기를 담은 단행본이 출간됐다. 정석근 국립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학과장)가 수산 칼럼을 모아 엮은 '되짚어보는 수산학: 파렴치범이 된 대한민국 어민들'을 출간했다.

되짚어보는 수산학은 기존 상식을 완전히 깨는 정 교수 이론으로 출간 전부터 화제가 됐다. 그는 △치어, 알밴 꽃게 잡아도 괜찮다 △산란기 금어기 지정은 잘못된 관행이다 △TAC, 특히 회유성 어종에 대해 어획량을 제한하는 것은 난센스다 △산란기에 알 밴 대구를 잡든 알 배지 않은 암컷 대구를 잡든 개체군 전체가 낳는 알 수는 차이가 없다 △부수어획(혼획) 인정해주어야 한다 등 기존 상식과 다른 주장을 다수 언론과 SNS를 통해 일관성 있게 이어왔다.

게다가 △명태가 사라진 진짜 이유 △말쥐치가 귀해진 이유 등 현안을 자연과학자답게 과학적 지식과 자체 연구, 해외 논문 자료 등을 근거로 명쾌하게 설명했다. 특히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진 주된 이유를 해양수산부와 대부분 학자가 남획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정 교수는 그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았다.

실제 명태 치어인 노가리를 많이 잡아서 명태 씨가 말랐다는 이야기가 30년 가까이 내려오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논문은 물론 연구보고서 하나 없다는 점을 정 교수는 강조한다. 우리나라 어구어법 중에서 어른 물고기는 제외하고 노가리와 같은 작고 어린 미성어만을 선택적으로 잡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민이 노가리를 많이 잡은 것이 아니라 많이 잡힌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 교수는 책을 통해 명태가 동해에서 자취를 감춘 이유는 기후변화에 따른 명태 서식지 북상이 주원인임을 줄곧 강조해왔던 것을 바탕으로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조양기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해양환경예측실 연구팀의 최근 발표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그의 주장이 밝혀지며 해양수산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 교수는 자연과학자로서 연구한 연구 결과와 학자 양심을 걸고 기존에 잘못 알려진 상식과 빗나간 정부 정책을 되짚어 명쾌하게 답을 한다. 되짚어보는 수산학은 △우리 바다에서 생선을 얼마나 잡을 수 있을까? △기후변화와 어업 △우리나라 수산정책 문제점 등 3부로 이뤄져 있으며, △잘못 알려진 수산상식 △기후변화에 따른 어장 이동 △총허용어획량 △혼획 △수산자원량 문제 등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또한 잘못된 수산정책 방향과 그 대안까지 잊지 않고 제시하고 있다.

추천사를 쓴 김임권 전 수협중앙회장은 “수산업은 강도를 만나 도상에 쓰러져 있는 환자와 같다”며 “마땅히 돌보아야 할 해양수산부도 수협도 그냥 지나쳤는데, 선한 사마리아인과 같은 정 교수를 통해 살아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1987년 서울대 해양학과를 졸업하고 부산수산대(현 부경대) 대학원 해양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IBM 한국소프트웨어연구소에서 프로그래머로, 한국해양연구소 극지연구소에서 초빙 연구원, 미 메릴랜드주 체사피크생물연구소 연구원,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연구사를 지냈으며, 현재 국립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교수(학부·대학원 해양생명과학과 학과장)로 재직하고 있다.

최근 연구실적으로 '생체량 크기 스펙트럼모델에 의한 수산자원량 추정 연구', '해양먹이망 기반 해양생태계 변동 예측시스템 설계연구' 등이 있다.

대전=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