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했던 재벌 개혁 기조에서 '민간 주도, 정부 뒷받침'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 아젠다에 발맞춰 '규제 혁파'에 앞장선다. 두 정권 모두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내세웠지만 지난 정부에서는 대기업 규제에 지나치게 집중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거래법 제재가 형사처벌에 초점이 맞춰진 데 대해서는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지정 제도도 기업집단의 승계가 이뤄지면서 다소 의미가 퇴색했음에도 개선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 정부의 공정위 역할에 대한 시각은 위원장 후보자 선임에서부터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 저격수'로 불린 김상조 한성대 교수였던 것과 달리 윤석열 정부는 법학자 출신의 후보자를 내세우며 변화를 예고했다.
공정위는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나도록 차기 위원장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는 등 부침을 겪었다. 위원장 후보자 지명이 늦어진 것은 공정위의 역할 변화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첫 후보자였던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이어 한기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두 법학자였다. 한 후보자는 후보자 지명 후 첫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시장경제가 효율성과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혁신을 통해 없애야 한다”며 “공정한 법집행을 위해 절차적 부분을 보완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신속한 사건 처리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김 전 위원장이 후보자 지명 직후 간담회에서 기업집단국 신설을 밝히며 대기업 규제를 예고한 것과 대조적이다. 공정위원장이 풀 수 있는 규제는 결국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공정위는 한 후보자 지명 전부터 대기업 총수 친족 범위를 축소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고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하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섰다. 지난 16일 업무보고에서는 “사건을 처리할 때 처벌보다 빠른 피해 구제에 초점을 두고, 민간의 창의가 최대한 발현되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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