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2일 정부가 발표한 '100만 디지털인재 양성방안'에 대해 규모 적절성 및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공급 과잉이나 코딩 필수화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학교 현장이나 산업계가 피부로 느끼는 것은 오히려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실행계획이 뒷받침되지 못해 100만 인재양성 실현 가능성이 적다고 지적했다.
100만 디지털인재 양성방안에 대한 각계 의견을 종합하면 학교 현장에서는 디지털 관련 교육을 위한 제도 개선이나 커리큘럼 보완을, 산업계에서는 보다 빠른 인력 공급을 위한 현실적인 프로그램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코딩 필수화나 융합식 교육을 도입한다고 해도 현 체제에서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서울만 해도 서울교육청은 올 상반기 '디벗(디지털+벗)'사업을 통해 중학교 1학년 학생 전원에 스마트기기를 보급했다. 코딩을 접목한 융합 수업까지 할 수 있는 환경이 됐지만, 이를 활용하는 교사는 드물다. 교사 연수는 과목 특수성을 고려해 융합 수업을 할 수 있는 방안보다는 전체 뭉뚱그려진 기기 활용법 연수가 대부분이다.
이마저도 자율선택이다. 2022 교육과정에 코딩 필수화가 도입된다고 해도 적용은 2025년부터다. 자유학년제가 있는 1학년 외에 수업에서 코딩 수업을 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컴퓨팅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커리큘럼도 부족하다. 이로 인해 코딩을 기계적으로 가르치는 주입식 교육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지역 한 교사는 “수학 정도가 논리성 때문에 코딩과 융합이 가능할 것이고, 메타버스는 미술 등의 과목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과목별 특성을 극대화한 연수 프로그램이나 커리큘럼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딩수업 확대 반대 주장은 해외 모습과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8월 중순 공개된 A-레벨 결과에서 컴퓨팅을 포함한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과목 선택이 2019년에 비해 3.5%가 증가했다. 2018년에는 컴퓨팅 과목 선택이 전년 대비 무려 24%가 증가하기도 했다. A-레벨 테스트는 우리나라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은 시험으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치른다.
정부가 목표로 삼은 100만명에 대해서도 산업계는 오히려 부족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회과학 등 디지털과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도 빅데이터 등 디지털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디지털 인재 수요에 대한 전망치를 낼 수는 없지만, 디지털 인재에 대한 체감 수요만큼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인력양성 방안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소프트웨어(SW) 기업 등 민간이 학교 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풍연 한국SW·ICT총연합회장은 “디지털 분야에서 학교의 교사 문제나, 교육의 질이 깊지 못한 부분을 기업이 해줄 수 있다”면서 “지역의 기업들이 대학 수업은 물론 초중등 코딩수업까지도 참여할 수 있게 한다면 교원 부족문제나 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홍승표 IITP 인재양성단장은 “디지털 인재는 SW나 AI를 개발하는 인력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인재도 포함된다”며 “과거에는 디지털과 큰 연관이 없었던 기업들마저 디지털 인재를 기존 전문 분야 인재보다 더 채용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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