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주요 국가들은 데이터 주권이라는 큰 명제를 기치로 삼고 데이터 산업 활성과 개인정보 보호라는 큰 틀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흐름은 세계적인 경향으로, 기업·개인·정부도 이를 간과하거나 무시할 수 없다. 이는 이미 중요한 변곡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이 보유하거나 생산한 데이터에 대한 자기 결정권과 국가 차원에서 자국 데이터와 데이터 산업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가에 대한 두 가지 관점에서 데이터 주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개인의 데이터 주권은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삶과 직결돼 있어 매우 중요하지만 국가 경쟁력과 산업 발전이란 관점에서 데이터 주권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은 오히려 데이터를 생산하고 이용해야 하는 관련 기업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현재는 한 기업이 생산하는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가 폭증하고 있고, 데이터 패턴을 얼마나 잘 읽고 해석할 수 있느냐에 따라 기업 경쟁력 수준이 결정되는 엄혹한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데이터 자체는 큰 가치가 없기 때문에 기업의 데이터 해석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의 미래 생존과 직결돼 있다. 그러나 기업의 데이터 주권이 그냥 지켜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 관점에서 주요한 핵심 고려 사항을 한번 살펴보자.
우선 기업이 생산한 데이터는 국가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기업에 이익이다. 클라우드 시대에 데이터 위치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생산된 주요 데이터가 기업이 속한 국가의 법적 구속력 이내에 있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기업의 적법한 절차에 의해 데이터 접근·획득을 원할 때 국가의 법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기업 소유의 데이터 관리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과의 지리적·문화적 밀접성이다. 국산 또는 외산 소프트웨어 벤더를 구분하는 관점이 아니라 데이터 해석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솔루션 제공 기업의 서비스가 수요 기업의 협상력 범위 이내에 있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사용하면서 서로 밀접한 협력과 공생이 가능해야만 데이터 해석력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데이터 경쟁력 확보를 위한 돈독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셋째로 기업 데이터는 언제라도 즉시 전부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접근에 대해 별도의 승인과 절차가 필요한 경우라면 그 데이터가 온전히 기업의 통제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외로 특정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는 경우 나의 데이터를 내가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범위를 즉시 획득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고 충격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넷째로 데이터는 기업이 배타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어디엔가 저장된 데이터가 타 기업 또는 제3자가 임의로 접근할 수 있다면 그 데이터는 나만의 경쟁력으로 남을 수 없다. 내 데이터는 나만의 것으로 존재하고 유지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데이터에 대한 나만의 해석력을 보유해야 한다. 이는 기업에 있는 고유한 비즈니스 경험이고, 그 기업만이 간직하고 있는 차별화 경쟁력이다. 기업은 반드시 장기적인 분석 역량을 보유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유효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기업·국가 간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이때 기업의 데이터 주권은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모든 기업이 데이터 주권을 경쟁력 제고의 한 축으로 고려, 장기적인 생존과 혁신의 밑거름으로 잘 활용하기를 기원해 본다.
김성진 마크베이스 대표 andrew.kim@machba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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