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2018년 이후 5년 동안 총 83건의 첨단기술이 해외로 유출됐다. 그 가운데 33건은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핵심기술이었다. 기술과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법·제도 보호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국가정보원, 특허청은 3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경제안보 시대, 첨단기술 보호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는 반도체 등 우리나라 첨단기술의 해외 유출 위험이 더욱 높아지고 있어 위기의식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나왔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는 '경쟁국의 기술 탈취 실태 및 대응 방안' 주제발표에서 2018년부터 2022년 7월까지 국정원이 적발한 첨단기술의 해외 유출 사례는 총 83건이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39.8%는 국가핵심기술 유출사건이었다.
피해 집단별로는 중소기업이 44건(53.0%)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대기업 31건, 대학·연구소 8건 순이었다. 업종별로는 69건(83.1%)이 반도체·전기전자·디스플레이·자동차·조선·정보통신 분야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에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패널토론에서 기술 유출을 막으려면 임직원의 보안 의식이 가장 중요하고, 교육과 적절한 보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급망 전 단계에 걸친 기술보호 시스템, 인력 양성, 수사기관의 전문성 강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문삼섭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기술 유출을 방지하려면 예방 조치, 유출 시 효과적 대응, 재발 방지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 세 박자가 골고루 갖춰져야 실효성 있는 방지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국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임직원의 의식”이라면서 “이 같은 보안의식은 공정한 보상체계와 보안교육, 일벌백계를 통해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희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기술 유출이 적발되더라도 영업비밀 대상 자료의 양이 방대하고, 기술도 전문적이고 난해한 사례가 많아 신속한 수사를 위한 수사기관의 전문성 강화와 협력방안 모색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기술이 고도화되는 새로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영업비밀 보호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기술·영업비밀 침해 사건 수사와 재판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형사소송 과정에서 영업비밀 유출 2차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성겸 특허청 수사자문관 검사는 “기술 유출 수사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인적·물적 지원 확대, 재판부를 보좌하고 자문할 인력과 조직 보강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패널 토론에 앞선 개회사에서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민간기업의 연구개발비는 연간 73조 6000억원에 이르는데 우리 기업이 피땀 흘려 어렵게 개발한 기술과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법·제도 보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첨단기술 보호는 기업 사활을 넘어 국가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가치”라면서 “기술 유출 방지는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야만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인 만큼 정부와 기업 간에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첨단기술 보호 현안과 전문가 제언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