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데이터를 중앙정부가 통합 관리하느냐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집중과 분산 문제다. 공공 부문에서 매일 만들어 내는 모든 자료나 정보를 국민이 이용하게 하면 정부는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국민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고, 기업은 새로운 사업 기회도 창출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가 2018년부터 데이터 포털 통폐합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굳이 같은 데이터를 서버 두 곳에 나눠 보관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공공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두어야 능사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데이터포털 운영은 풀뿌리 민주주의에 부합한다. 공공데이터 질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은 관리 역량 부족지만 중앙에서 데이터를 관리하면 지자체나 공공기관은 데이터에 책임을 지기 어려워진다. 중앙정부에 맡기고 '나 몰라라' 해 버릴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내 데이터'라는 생각을 할 때 데이터 품질이 올라간다.
'서울 시민생활 데이터'가 좋은 사례다. 이는 서울시와 SK텔레콤이 공공데이터와 통신데이터 가명 결합을 통해 추정한 서울 행정 동단위 성별·연령별 생활 특성 정보다. 서울시가 공공데이터 전면 개방을 표방해 2012년에 오픈한 공공데이터 포털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이 기반이다. 서울시는 시민생활 데이터를 통해 고립, 여가, 재정 등 생활 특성을 알아보고 1인 가구를 지원할 방침이다. '수원 세 모녀' 같은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시의성 있고 시공간적으로 해상도 높은 데이터를 통해 '복지 그물망'을 구축하는 게 도움이 된다.
서울 열린 데이터 광장은 정부의 공공데이터 포털과 중복되지만 서울시는 서울시 조례를 제정해 운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서 개별 운영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자체 공공데이터를 만들고 보관하도록 하되 중앙정부에서는 이를 한 곳에서 검색하고 링크를 제공하는 통합 포털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만하다.
개별 기관과 정부에서 데이터를 각각 보관하면 클라우드 이용료를 두 번 내는 셈이어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은 주정부마다 개별 포털을 운영한다.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포털은 데이터를 보유하지 않고 데이터 링크 정보만 갖고 있다. 검색만 제공하는 셈이다. 무조건 중앙으로의 통합은 답이 아니다. 어떤 정책이 진정 민주주의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 볼 때다.
권혜미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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