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7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보공시 의무화 시점, ESG 보고 가이드라인, ESG 평가, 국민연금의 ESG 투자 등에 대한 전망을 제시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ESG 정보공개 확충을 위해 올 하반기에는 평가등급 정보 제공을 확대하는 등 ESG포털을 개편할 것”이라며 글로벌 공시표준들을 참고해서 공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과거에도 코스피시장에 상장하는 기업은 ESG 경영 능력에 대한 심사를 받게 된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ESG 포털'에서 기업의 ESG 평가 등급과 보고서뿐만 아니라 ESG펀드나 지수상품 정보까지 제공한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ESG지원부도 신설했다. ESG지원부 지원팀은 국내 상장법인의 ESG 관련 정책을 연구하고 관련 제도를 수립한다. 공시팀은 ESG보고서(지배구조보고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팀으로, 상장사들의 교육과 행사·세미나 등을 진행한다. ESG지원부가 한국거래소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함에 따라 한국거래소의 이 같은 움직임을 볼 때 상장 심사에서 'ESG'가 주요 평가 지표가 될 것이다.
지난 6월 국회에 제출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ESG정보공시 의무화 시점을 앞당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이 실제 발효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머지않아 상장 심사에 'ESG 평가'가 매우 중요한 지표로 작용할 것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부터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기업에 '환경'(E)과 '사회'(S)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고, 2030년 코스피 전체 상장사로 확대한다. '지배구조'(G)의 경우 2019년부터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에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으며, 2026년에는 코스피 전체 상장사에 적용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ESG지원부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공시에는 다양한 정보가 취합돼 있어야 하고,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현실적으로 의무화 시점을 앞당기기란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손 이사장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만큼 ESG 정보공시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후 일정 기간에는 상장 심사에도 이를 적극 반영하되 당장 평가의 필수적인 요소로 활용하지 않을 공산이 높다.
그동안 상장 심사의 주요 평가 기준 가운데 질적 요건에는 기업의 성장성·계속성과 경영의 투명성·안정성을 비롯해 기타 투자자 보호,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 업종별 특성, 고용 창출 효과, 국민경제적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는데 한국거래소는 국내 현실을 반영한 공시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기존에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에 제시하고 있는 권고공개지표 12개 항목 21개 지표를 기본 골자로 하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유럽연합(EU) 재무보고자문그룹 기준(ESRS) 등 글로벌 표준과 국내 자본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해 공시 가이드라인에 권고 기준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상장 심사 신청 주관사 입장에서도 한국거래소가 새로운 ESG 공시 가이드라인과 함께 ESG포털을 통해 평가등급 정보를 제공하기로 함으로써 명확한 심사 기준 예측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상이한 평가기관별 평가 기준으로 기업 부담이 증대했고, 객관성이 요구되는 상장 심사에도 해당 평가등급을 바로 활용하지 못했다. 앞으로 한국거래소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평가 등급이 정해지고 공시될 공산이 높아졌다. 다만 가이드라인이 공개된다 하더라도 기업과 투자자 입장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평가 등급의 경우 각 평가사가 평가 용도에 맞게 개별적으로 평가하되 한국거래소는 ESG평가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도의 가이드라인만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도 투자 시 독자 개발한 ESG 평가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데 한국거래소의 ESG 공시 가이드라인이 공개되면 국민연금도 이를 참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연금은 최근 ESG 스크리닝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ESG 평가를 하고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산업이나 기업군에는 전혀 투자하지 않는 네거티브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국내기업 중점관리사안에도 기후변화와 산업안전이 추가된 만큼 기업과 투자자 모두 상장 심사에 반영되는 ESG 공시 가이드라인과 주요 심사 요건에 주목해야만 한다.
김철웅 법무법인 원 변호사 cwkim@onelawpartn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