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도매가격(SMP)이 연이틀 일평균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일각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급증하는 올 연말 SMP가 ㎾h당 300~400원대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SMP 상승 영향을 직접 받는 한국전력공사는 전기요금 인상 등 대책이 없으면 연 40조원까지 적자가 확대될 수 있다. 국내 에너지 산업에 미치는 파장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실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4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육지 SMP는 ㎾h당 245.2원을 기록했다. 지난 1일 ㎾h당 228.96원으로 일평균 SMP 최대 기록을 경신한 이후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달 SMP 상승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한국가스공사의 LNG 열량단가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가스공사의 열량단가는 14만4634원으로 지난달 12만7069원 대비 13.8% 올랐다. 지난 6월 7만7662원 보다는 86.3%나 상승했다.
현 상태로는 지난 4월 월 평균 SMP ㎾h당 201.58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에 이어 월 최고 SMP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연말이면 SMP가 ㎾h당 300~400원 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LNG 가격이 지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SMP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한전 적자 확대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SMP는 발전사가 한전에 전력을 판매하는 도매가격으로 한전의 전력구입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SMP가 현 수준으로 가격을 지속하면 한전은 20조~30조원으로 예상된 올해 한전 적자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이 없으면 한전은 40조원까지 적자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이미 올해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간신히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까지 회사채를 19조3200억원 발행했다. 매달 2조4150억원씩 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연말에 30조원에 이르는 회사채를 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의 회사채 발행 잔액은 약 55조5650억원으로 여유가 있지만 현행 상태면 내년 초에는 회사채 발행이 중단될 위기다.
정부는 한전 재무 위험을 경감하기 위해 한국전력공사법 개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한전이 발행하는 사채를 확대하기 위해는 한전의 회사채 발행액을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약 45조9000억원)의 두 배를 넘지 못하게 규제한 한국전력공사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조만간 국회에서 의원 입법을 통해 개정안을 발의하고 연내 법 개정을 단행할 전망이다.
하지만 근본 해법인 전기요금 인상은 아직 뚜렷한 개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산업부는 한전 적자 해결을 위한 '연착륙 로드맵'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전기요금 인상계획은 공표하지 않았다. 에너지 업계는 전기요금 기준연료비를 대폭 인상해 한전 재무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연료비 연동제는 연간 (실적연료비) 한도가 ㎾h당 5원이기 때문에 (제도 개정이 필요 없는) 기준연료비를 올려야 한다”면서 “오는 10월 달에 기준연료비를 ㎾h당 4.9원 올린다고 했는데 인상 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스웨덴에서는 총리가 직접 나서서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호소했다”면서 “우리나라도 정부 고위 당국자가 나서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일별 평균 육지 SMP 기록
자료: 전력거래소
<표>2022년 월별통합 SMP 가격(단위: ㎾h당 원)
자료: 전력거래소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