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5일 태풍 '힌남노' 대응에 집중했다. 복잡한 정치 현안에 거리를 두고 국민 안전에만 '올인'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수도권을 강타한 폭우 피해 때와 달리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접 상황을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 전역이 역대급 태풍 힌남노의 영향권 아래에 들어왔다. 오늘 저녁을 넘어서는 제주를 비롯해 남부 지방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부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록색 민방위복 차림으로 출근한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접 '비상 대기' 하면서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수도권 집중호우 피해 때 퇴근 후 자택에 머물면서 상황을 점검했다가 야당 공세에 놓였던 전례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당시 윤 대통령이 퇴근 후 자택에 고립됐다며 재난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재난관리 당국에도 “대통령이 비상상황 대응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면 먼저 조치하고 보고해주시기를 바란다”며 '선(先)조치-후(後)보고'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모든 공무원과 국민 여러분이 일치단결해 노력하면 우리 가족과 이웃을 지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재난상황을 실시간 보도해서 국민 안전을 지키는데 언론도 협조해주길 부탁드린다. 오늘은 제가 비상대기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한남동 관저 입주는 언제쯤인가'라는 질문에는 “지금은 관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나중에 이야기하죠”라고 했다. 또 “오늘 내일은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힌남노에 관한 말씀(질문)만 좀 듣도록 하겠다”고 다른 현안 질문은 사양했다.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여전히 혼란스러운 여당, 검찰의 이재명 민주당 대표 소환에 '김건희 특검'을 주장하는 야당 등 여의도 정치와는 선을 긋고 국민 안전에만 매진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추석을 앞두고 향후 국정동력을 좌우할 민심 챙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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