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공공기관 관리혁신의 남은 과제

[기고]공공기관 관리혁신의 남은 과제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전반적인 방향성에 공감한다. 그러나 법 개정 사항을 피하다 보니 근본적인 제도개선보다는 운영개선에 초점을 둔 느낌이다. 향후 법 개정까지 고려한 후속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공공기관 분류 요건을 바꿔 상당수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게 되면 기재부 대신 주무 부처가 경영평가를 수행하게 된다. 맞는 방향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정원 등 기재부의 사전통제를 모든 기관에 대해 유지한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이 급변하는 시대에 신속 대응토록 해야 한다. 잘 짜여진 경영평가 제도에 사전통제까지 하는 것은 중복관리다. 기재부는 350개 기관의 증원 요청 심사에 전력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기능조정 등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해야 한다.

기재부가 기타공공기관은 물론 준정부기관에 대한 사전통제권을 주무 부처로 이양하길 권한다. 그러나 준정부기관에 대한 평가권한은 여전히 기재부가 행사하는 것이 맞다. 또 모든 기관에 대한 혁신과 경영공시는 기재부가 여전히 담당하는 것도 맞다. 주무 부처가 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사전통제권을 주무 부처에 이양하면 공공기관이 더 방만해질 우려는 없을까? 경영평가로 사후통제하면 된다. 기재부가 직접 평가하지 않는 기타공공기관에 대해선 주무 부처가 기재부와 평가방식을 협의토록 하면 된다. 나아가 기재부가 주무 부처의 산하 공공기관 관리를 평가토록 하고 이를 국무조정실의 정부업무평가에 반영하자.

공기업에 대해선 기재부가 직접 관리하게 되겠지만 사전통제를 대폭 철폐하고 경영평가를 통해 사후통제해야 한다. 특히 상장 공기업은 주주 감시를 받기 때문에 내부 경영 관련 사전통제를 완전 철폐할 것을 권한다. 경영평가를 받는 것으로 충분하다. 공기업 상장을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기관 자율성 강화를 위해 공공기관 이사회도 개편하자. 먼저 이사진은 전원 비상임이사로만 구성해서 경영진 견제를 강화하자. 지금은 내부 상임이사와 외부 비상임이사 수가 균형을 이루다 보니 비상임이사가 역할을 하기 어렵다. 또 상임이사는 정치권, 주무 부처의 압력을 피하기 어렵지만 비상임이사로만 구성된 이사회는 기관의 바람막이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이사를 부활시키자. 정부이사는 1990년대 말 기관의 자율성 확대를 명분으로 폐지됐으나 무제한 비공식 개입을 불러 자율성을 오히려 후퇴시켰다. 현재 공공기관 이사회의 모든 안건은 주무 부처의 사전 확인을 받고 있다. 주무 부처 공무원이 여러 이사 가운데 한 명이 되면 무한개입은 어려워진다.

마지막으로 더 많은 공공기관을 공식 지정해야 한다. 현재 지정된 350개의 공공기관은 약 600개 후보 가운데에서 선정된 것이다. 나머지 약 250개 기관 가운데에는 사실상의 공공기관이 매우 많다. 이들도 기타공공기관에 포함시켜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공공기관에 대한 강력한 혁신과 자율성 확대가 균형을 이루어야 할 시점이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jinparkink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