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유럽 출장...첫 방문지 영국 유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럽 출장이 가시화됐다. 지난달 복권 후 첫 해외 행보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이라는 명분이지만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M&A)을 염두에 둔 출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DB)

이 부회장은 오는 8~9일께 영국을 포함한 유럽·북미 출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목적은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이다. 정부는 최근 이 부회장을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특사)로 임명했다.

이 부회장의 추석 전후 해외 출장이 유력한 것은 매주 출석해 왔던 부당 합병 관련 재판이 8일 휴정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뤄 온 글로벌 사업 현안을 챙기기 위해 출장길에 오를 공산이 높다.

방문지로는 영국이 첫 순위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특사 활동 차원에서 가장 먼저 영국을 찾아서 엑스포 개최지 결정에 투표권이 있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인사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달 “이 부회장이 추석에 임박해서 유럽 몇 나라를 돌면서 그런(유치 지원) 작업을 해 주실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영국 출장에 주목하는 것은 올해 초에 예고한 '빅딜' 때문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1월에 “대형 인수합병(M&A)를 추진하고 있으며,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IFA 2022에서도 M&A 관련 “많은 부분이 진척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영국에는 삼성의 유력 인수 후보로 꾸준히 물망에 오른 반도체 설계자산(IP)기업 ARM의 본사가 있다. 세계 1위 반도체 IP기업인 ARM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모바일 AP 기초 설계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선두기업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ARM 인수는 삼성에 날개를 달아 줄 수 있다.

2분기 기준 삼성전자 현금성 자산은 연결 기준 125조2651억원에 이른다. 2016년 8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뒤 후속 사례가 없다는 점, 복권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 제약이 해소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출장길을 시작으로 빅딜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복권 후 주요 계열사를 돌면서 본격적인 현장경영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보다 큰 그림을 위한 글로벌 행보도 시작할 것”이라면서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활발한 글로벌 행보가 예상되는 만큼 이 기회를 활용해 비즈니스 논의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