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순환경제 시대, 쓰레기 지배자가 산업도 지배한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니켈 광물에 수출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인도네시아 내에서 제련한 니켈만을 수출해서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장기적으로 니켈 수출을 중단하고 전기자동차와 전기자동차 배터리까지 생산하는 생태계를 자국 내에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의 4분의 1, 광물 채굴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만큼 인도네시아의 광물 수출 통제는 전 세계 니켈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자원 위기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 앞으로 자원 확보를 둘러싼 전쟁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자원을 소비한다면 자원 고갈은 현실이 될 것이다. 서클 이코노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자원 소비량은 1014억톤으로 1900년 70억톤 대비 14배 증가했다. 이 추세라면 2050년에는 1800억톤으로의 증가가 전망된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관 액센추어는 2050년이 되면 천연자원 공급량이 최소 100억톤에서 최대 480억톤까지 부족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첨단산업의 필수 자원인 희소금속의 경우 아프리카나 중국·러시아에 매장량이 많은데 정치 불안이나 정부 통제로 인해 자원공급 불안정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 매킨지는 2000년대 이후 제품의 실질 가격 상승은 1970년대 말 제2차 오일쇼크 때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자원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자원 파동은 주기적으로 오고 있는데 앞으로 주기가 짧아지고, 그 강도는 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원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세계 4위의 순자원수입국이다. 해외에서 자원을 수입해서 제품을 만든 후 수출을 해서 먹고사는 나라인데 앞으로 자원공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산업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인도네시아처럼 자원 수출국들은 자원을 움켜쥐고 그냥 내보내기보다는 자국 내에서 가공한 후 부가가치를 높여서 수출하거나 국내 자원을 직접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생태계 구축 시도를 더 강화할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

앞으로 닥쳐올 자원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답은 바로 순환경제에 있다. 유럽연합(EU)에서 순환경제에 목을 매는 이유도 앞으로 살길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자원고갈과 기후위기 문제에 한꺼번에 대응하려면 물질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을 통한 재생원료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 EU는 2050년까지 철강·시멘트·플라스틱·알루미늄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순환경제를 통해 56%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 분야의 가장 좋은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순환경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재활용은 정부의 의지가 관철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통제할 수 없는 외부변수가 작용하는 해외 자원공급보다는 훨씬 안정적인 자원공급 방안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실감하기 어렵겠지만 조만간 재생원료가 자원공급의 핵심이 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단언컨대 앞으로 쓰레기를 지배하는 국가나 기업이 자원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재활용 산업이 지금과 같은 수준에 머무른다면 우리는 제대로 된 순환경제 시대를 맞을 수 없을 것이다. 천연원료보다 낮은 품질의 재생원료를 만들어서 중·저급 제품에 사용하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천연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고품질 재생원료를 생산해야 한다.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재생원료가 공급될 수 있도록 자원순환 체계에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제품 생산 방식, 분리배출 체계, 재활용 기술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체 판을 갈아엎는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신제품 개발에 투자하는 만큼의 노력과 돈을 재활용 기술개발에 쏟아부어야 한다.

매년 9월 6일은 자원순환의 날이다. 뒤집어 읽어도 9월 6일이기 때문에 이날을 자원순환의 날로 정해 매년 기념하고 있다. 1월 1일, 8월 8일, 11월 11일 등 거꾸로 읽어도 같은 날이 여럿 있지만 춥지도 덥지도 않은 좋은 날은 9월 6일뿐이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 자원 부족, 전쟁 등으로 뒤숭숭하지만 올해 자원순환의 날에는 '순환경제'의 밝은 미래를 생각하면서 잠시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 waterhea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