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새로운 인물로 교체할 전망이다. 당초 비대위원 후보로 거론됐던 주호영 의원은 제안을 고사했고, 민주당 출신 호남 중진인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이 유력 검토되고 있다.
6일 국민의힘 여러 인사에 따르면 새 비대위원장으로 외부인사 영입에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박 전 부의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부의장 측 한 인사도 최종 결정은 아니지만, 지난주 관련 제안을 받은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새 비대위원장 후보는 7일 오후나 비대위 재구성을 위한 전국위원회가 열리는 8일 오전에 확정될 예정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새 비대위원장 후보와 관련 “나중에 결정되면 말하겠다. 후보군을 이야기했다가 안되면 그 사람한테 상처”라면서 “7일 늦게나 8일 아침에 (발표) 하겠다”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은 새 비대위원장 인선 권한을 권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박 전 부의장은 민주당 출신이긴 하지만,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등 진보와 보수를 오간, 중도 확장성이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대선 당시에는 국민의힘 선대위 공동위원장을 지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는 취임식 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국민의힘 내부에 따르면 박 전 부의장은 협회 및 기관장 쪽으로 행보를 고려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원에 의해 비대위가 한 차례 무산되는 등 위기가 지속되고 외부인사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면서 숙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비대위원장 재신임이 검토됐던 주호영 의원은 제안을 거부했다. 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곧 출범 예정인 비대위의 위원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당에 전한다. 새로 출범한 비대위는 새로운 분이 맡아서 새로운 기분으로 출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당 내부적으로도 주 의원이 다시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에 대한 부담의 목소리가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주 의원은 “출범이 문제 있었다고 지적된 비대위는 새롭게 출범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새 비대위원장으로 박 전 부의장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 당 내부에서는 다양한 시각이 교차한다. 박 전 부의장이 윤 대통령과 당 사이의 조율자 역할은 물론 호남 민심 등 중도층 여론 확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진보 중진 출신 인사가 수장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보수당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한다. 앞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사례가 있지만, 집권당 상황에서 외부인사의 비대위원장 임명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박 전 부의장은 인물 자체로도 정치권 평판이 매우 좋고 대선에서도 역할을 했던 것 만큼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민주당 계열로 오랜 기간 활동해 온 만큼 국민의힘 기존 정체성과 조율이 잘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