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세대(5G) 이동통신 특화망 실증사업 예산이 대폭 축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5G 전략위원회에서 5G 융합서비스 확산에 5G 특화망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관련 예산이 삭감된 것이다. 중장기 계획이 필요한 네트워크 사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 추진으로 5G 특화망 확산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400억원이 편성됐던 5G 융합서비스 공공부문 선도적용 사업의 내년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올해는 공공의료, 물류, 에너지 등 7개 공공부문에서 5G 특화망을 활용해 혁신 서비스를 실증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자율주행 로봇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변전소 무인점검서비스를 개발하고, 해군본부는 자율주행 차량 및 인공지능(AI) 영상분석 활용 활주로 안전관리를 실증 중이다. 분당서울대병원,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도 5G 특화망을 활용한 혁신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사업이 사라지면서 올해 현장에서 5G 특화망을 기반으로 탄생할 5G 단독모드(SA), 네트워크 슬라이싱, 네트워크 가상화 등 시장환경을 반영한 최신 5G 기술을 또 다른 공공현장 확산 및 상용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정통부가 5G 융합서비스 확산을 과거 상용망 중심으로 진행한 것과 달리 올해부터 5G 특화망 기반으로 추진한 것은 이동통신사만으로는 융합서비스 확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5G 특화망을 공공부문에 우선 적용해 수요를 발굴 및 개발하고, 내년부터 서비스를 고도화 및 확대해 5G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공급기업과 수요기관의 생태계 참여를 촉진을 의도했다. 하지만 올해 실증 현장의 네트워크 구축이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예산을 축소하면서 현장 동력을 잃고 선도기업 및 기관을 육성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장 서비스들이 단순히 실증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개발돼야 5G 특화망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며 “사업이 이어지지 않으면 이를 다른 현장에 적용하고 상용화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내년에는 우선 5G 특화망을 활용한 민간 융합서비스 확산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공공선도 사업과 같은 시기에 사업자를 모집했던 민간의료, 문화, 교육 등 민간 부분에는 올해보다 약 40억원이 증액된 총 120억원을 내년 예산으로 편성했다. 과기정통부는 2024년에는 다시 공공부문 실증사업에 예산을 투입해 올해 현장에서 탄생한 5G 특화망 기반 서비스를 확산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5G특화망 로드맵 등 관련 사업의 장기적인 정책 추진 방향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올해 공공현장에서 탄생한 혁신 서비스들을 사장하지 않고 고도화하고 확산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