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시장에 한파가 불어 닥치면서 명품 플랫폼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후속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는가 하면 전환 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넉넉한 투자에 힘입어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벌였던 지난해와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업계 매출 1위 발란은 후속 투자 유치에 애를 먹고 있다. 앞서 최형록 발란 대표는 7월 중 시리즈C 투자 유치를 마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기업가치는 8000억원 내외, 투자 유치 목표 금액은 800억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논란이 연이어 겹친 것이 투자사 신뢰를 잃었다는 관측이다. 유튜브 예능 '네고왕' 꼼수 인상 논란과 가품·개인정보 유출 이슈가 불거진 데다 과도한 반품비에 따른 공정당국 조사까지 받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추가 투자를 받지 못한 만큼 연내 투자 유치가 필수적이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들이 비슷한 규모와 비즈니스 모델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발란이 유독 논란의 중심에 섰다”며 “투자사 입장에서는 굳이 리스크가 큰 발란 대신 대체 기업을 찾을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발란은 투자사 협의를 마치고 입금 일정을 조율 중이라는 입장이다. 늦어도 9월 안에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목표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수익구조 개선을 원하고 있는 만큼 과도한 사업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트렌비는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최근 발표한 시리즈D 투자 금액 350억원에 지난해와 올해 초 유치한 CB 금액 200억원이 반영됐다. 비상장기업이 CB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해외 지사 운영, 개인간거래(C2C) 플랫폼 구축 등 타 업체에 비해 무거운 비용 구조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렌비 또한 수익성 제고에 방점을 찍었다. 이번 시리즈D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투자자들에게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해외 6개국에 있는 지사 중 일부를 정리하는 등 비용 효율화에 집중할 것으로 점쳐진다.
마케팅 경쟁에만 치중했던 플랫폼들은 하반기 투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규 투자자는 찾기 힘들 뿐더러 기존 투자자 또한 후속 투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롯데, 신세계, 코오롱 등 대기업이 온라인 명품 시장 투자를 늘리기 시작한 점도 기존 플랫폼에는 부담이다.
명품 플랫폼 관계자는 “지금 시장은 거래액보다는 자생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갖추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르면 올해 4분기 내에 어느 정도 교통 정리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
투자 시장 한파로 '위기론' 고개
-
민경하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