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이 한국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기술 인력을 스카우트하려는 움직임이 또 포착됐다. 액정표시장치(LCD) 세계 1위를 탈환한 중국이 한국 OLED 기술까지 탈취해서 '디스플레이 굴기'를 노린 포석으로 읽힌다. 디스플레이를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해서 핵심기술을 보호하고 산업이 성장할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7일 국내 헤드헌터 기업은 중국에서 근무가 가능한 소형 OLED 개발·공정 분야 과·부장급 개발인력 공개 채용 공고를 올렸다. 회사명을 밝히진 않고 중국 패널 회사라고만 언급했다. 채용 조건은 소형 디스플레이 종합 공정 5년 이상 경력자다.
회사는 반도체 렌즈 개발 경력자, 반도체 또는 디스플레이 포토 공장 경력자, OLED 구조, 조명 개발 5년 이상 경력자 등 상당히 세부적인 채용 조건을 내걸며 눈길을 끌었다. 업계에선 이 회사를 소형 OLED 패널을 양산해서 애플에 공급한 이력이 있는 BOE로 추측하고 있다.
직급과 연봉은 '협의'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최소 한국 연봉의 2배 이상을 제시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엔 중국 회사가 현재 연봉의 3~4배를 제시하고 한국 디스플레이 인력을 채용해 갔다”면서 “중국에 근무하는 조건으로 최소 연봉을 2배 이상 제시하는 것은 업계에서 매우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세계 1위 디스플레이 기술을 보유한 한국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핵심 인력을 빼내 가는 것이다. 실제로 BOE, CSOT 등 중국 주요 디스플레이 기업에는 한국 기술진이 상당히 포진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직원의 20% 이상이 한국인이라는 업계의 전언도 나온다.
현재 중국 OLED 기술 수준은 한국과 3년 이상 격차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핵심 엔지니어 스카우트를 통해 이 격차를 빠르게 줄일 수 있다.
권장혁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 교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막을 도리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중국이 더욱 노골적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핵심 인력을 유출하려는 시도를 막을 수 있는 특단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