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겨울의 나뭇가지가 뜨거운 태양에 녹아내리고, 상공을 가득 메운 비구름을 석양의 빛이 물들인다. ‘2022년 올해의 기상사진’ 공모전 가운데 최종 후보에 오른 사진들이다.
영국 왕립기상학회(Royal Meteorological Society)는 기후 변화의 현장을 알리고, 날씨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7년째 ‘올해의 기상사진’ 대회를 주최하고 있다.
올해는 119개국에서 참가한 사진작가들이 DSLR, 미러리스, 스마트폰 등으로 촬영한 경이로운 기상 사진을 선보였다. 최종 후보에는 총 22개 작품이 올랐으며, 이 중 일부를 소개한다.
첫번째 사진은 비가 내리는 미얀마의 일몰이다. 비구름이 몰려든 흐린 날씨, 석양이 지며 구름과 안개 사이에 빛을 비추고 있다. 사진 작가 아웅 찬 타르는 “레일리 산란(Rayleigh scattering) 현상으로 해가 지거나 뜰 때 하늘은 붉은색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태양은 일몰과 일출 때 하늘에 매우 낮게 뜨기 때문에 태양광이 더 멀리 이동해야 하고, 그 결과 파장이 짧은 청색광은 대기에서 산란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상공에 번개가 내리치는 모습도 선명하게 카메라에 담겼다. 번개는 구름에서 공기로 또는 구름에서 지상으로 전기의 방전이 일어나면서 만들어지는 기상 현상이다. 번개는 적란운과 관련 있는데, 보통 이런 구름은 1시간 이내에 형성될 수 있다고 영국 왕립기상학회는 설명했다.
대만의 얼어붙은 산을 녹이는 따뜻한 태양의 모습이 선명하다. 사진을 촬영한 로시 팡은 “수정처럼 맑은 얼음이 햇빛에 반짝이며 고산지대를 따스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빗방울이 차가운 표면에 부딪혀 어는 얼음 코팅을 ‘글레이즈’라고 한다. 영하의 온도에 있지만 액체 형태를 유지하는 비가 0ºC 미만의 표면에 부딪히면서 생길 수 있다. 겨울철의 주된 교통사고 원인, 블랙 아이스도 비슷한 이유로 생긴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사진도 최종 후보에 올랐다. 올해 인도를 강타한 극심한 더위는 강과 연못의 물을 모두 말렸고, 인간과 동물은 물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바룬 라즈가리아는 “가뭄 동안 (인도 웨스트 벵골주의 푸룰리아) 마을 여성과 아이들은 건조한 강에 깊은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서 얼어붙은 물로 갈증을 해소한다”고 말했다.
대회를 후원하는 미국 기상업체 ‘아큐웨더’의 제스 퍼렐 수석 기상 편집자는 “DSLR로 촬영했든 휴대폰으로 촬영했든, 이 사진들은 날씨의 아름다움과 발전하는 공동체의 순수한 창의성에 대한 세계적인 인식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투표는 영국 서머타임으로 오는 21일 자정 마감된다. 수상작은 주요 부문과 모바일 부문으로 나눠 최종 수상자와 2위, 인기상 등을 선정하고 10월 6일 발표한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