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英 여왕 서거…찰스3세 왕위 승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서거했다. 영국인의 정신적 지주로서 절대적 지지와 존경을 받은 그는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열정적으로 소임을 다했다.

영국 왕실은 8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가 이날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향년 96세.

그는 제2차 세계대전부터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만 70년 이상 재위했다. 왕실은 엘리자베스 2세 서거에 따라 장남인 찰스 3세 왕세자가 왕위를 자동 승계했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2세는 작년 4월 70여년을 동행한 남편 필립공과 사별한 후 급격히 쇠약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다 최근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일정을 취소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EPA=연합>
<EPA=연합>

영국 왕실은 이날 여왕의 건강을 우려하는 의료진 판단을 공개했다. BBC는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여왕 관련 뉴스를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왕실 직계 가족들은 밸로럴성에 모여 엘리자베스 2세의 임종을 지켰다.

영국 정부는 '런던브리지 작전'으로 불리는 여왕 유고 서거 시 계획에 따른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국장은 여왕 서거 후 10일째 되는 날 치러질 예정이다.

지난 1926년 당시 국왕 조지 6세의 장녀로 태어난 엘리자베스 2세는 1952년 25세의 젊은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랜기간 왕위를 지킨 인물이다. 지난 6월에는 재위 7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렸다. 즉위 당시 영국 총리는 윈스턴 처칠이다. 최근 취임한 리즈 트러스 총리까지 총 15명이 재위 기간 총리에 임명됐다.

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AP=연합>
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AP=연합>
찰스 3세 영국 국왕<AFP=연합>
찰스 3세 영국 국왕<AFP=연합>

엘리자베스 2세는 미·소 냉전과 베를릴 장벅 붕괴, 유럽연합(EU) 발족, 브렉시트 등 격동의 역사를 목격했다. 직접 정치에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영국이 어려운 시기를 보낼 때마다 자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정신적 지주로 추앙받았다.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 왕실 근대화를 위해서도 노력했다. 국민과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한편 그동안 남성을 우선했던 왕위 승계 제도를 평등하게 개선했다.

새로운 국왕으로 즉위한 찰스 3세는 애도 성명에서 “소중한 군주이자 사랑받았던 어머니의 서거를 깊이 애도한다”고 말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영국은 여왕의 통치 아래 성장하고 번영했다”면서 “그는 바로 영국의 정신이었고, 그 정신은 지속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한편 엘리자베스 2세는 지난 1999년 방한했다. 양국 수교 116년만에 영국 군주로서는 처음 한국을 찾았다. 당시 그는 경북 안동 하회마을, 서울 인사동, 이화여대 등을 방문하며 한국 문화에 관심을 나타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