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법원, 새 판단 기준 내놓길

[사설]대법원, 새 판단 기준 내놓길

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 간 소송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정보통신기술(ICT)은 물론 법조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건은 페이스북이 2016년과 2017년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하며 시작됐다. 페이스북의 접속 속도가 느려졌고, 이용자 민원이 속출했다. 방통위는 2018년 “페이스북이 국내 이용자의 이익을 침해했다”며 3억95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방통위 처분에 불복한 페이스북은 방통위 처분에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모두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페이스북의 접속 경로 변경 행위로 이용자의 피해가 현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접속 경로 변경 기간 평소 10배에 이르는 민원 폭주를 감당해야 한 초고속인터넷사업자(ISP), 과도하게 증가한 통신 지연 시간으로 불편을 감수해야 한 이용자 경험과는 동떨어진 판단이다. 페이스북 행위를 규제할 법률이 사전에 마련됐다면 1심과 2심의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방통위의 처분이 적절한지 페이스북의 반박이 유효한지는 대법원의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됐다. 대법원이 방통위 손을 들어주든 페이스북 손을 들어주든 결과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규제기관과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역학관계는 물론 규제와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 등 글로벌 CP의 시장 영향력 확대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들을 견제할 규제도 마땅치 않고 세금을 부과할 근거도 약하다. 상대적으로 국내 사업자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대법원 판결은 판단 기준과 판단 방법을 구체화해서 제시하는 기능을 한다. 기존 기준을 바꿀 시점이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