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가 추석 명절 직후 본격적인 출범에 나선다. 지난 8일 전국위원회를 통해 구성된 '정진석호' 비대위는 비대위원 추가 인선과 임명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기존 비대위 해산으로 늦어진 당 정상화 작업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하지만, 출범 직후 곧바로 비대위 관련 가처분 심문기일이 잡혀있어 시험대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정계에 따르면 이준석 전 대표의 비대위 관련 가처분 심문이 14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된다. 국민의힘이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한 후 본격적인 출범 채비에 나서자마자 조직 운명에 대한 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정 비대위원장은 '당 안정화'를 최우선 목표로 통합형 비대위 출범을 예고했지만, 추진 여부는 14일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앞서 가처분 결과를 낙관했지만, 예상 밖 결과에 기존 비대위를 해산하고 재조직한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2차 가처분 신청은 이미 기존 비대위 위원들이 사퇴한 만큼 결과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없다. 반면, 3차·4차 가처분은 새로운 비대위 구성을 위한 당헌·당규 수정과 전국위 개최, 새로운 비대위 출범을 문제 삼고 있어 그 결론에 따라 비대위 운명이 갈리게 된다. 이번에 수정된 당헌·당규에는 당의 비상상황과 함께 비대위 출범에 따른 대표 해임도 담겨있어 이 전 대표의 향후 행보와도 직결돼 있다.
이번 가처분은 국민의힘은 물론, 이 전 대표 모두에게 큰 부담감이 있는 사안이다. 결과에 따라 한쪽은 상당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전 대표의 경우 앞서 법원이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일부 명분을 챙겼지만, 당내 입지가 좁아지면서 실익을 얻지는 못했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을 기각하면 사실상 국민의힘으로의 정치 복귀는 힘들어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국민의힘은 앞서 가처분 인용에 당헌·당규까지 수정하며 비대위를 재조직한 터라, 이번에도 인용 결과가 나오면 그동안 비대위 출범을 위해 치렀던 모든 과정이 무위로 돌아간다. 비대위 재해산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함께 당내 혼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4개원이 지나도록 공전하는 집권당 행보에 대한 비난여론도 부담이다.
당장 중진 퇴진부터 당 전반 물갈이 요구까지 나올 수 있다. 비대위를 추진할 명분도 사라지고, 당을 맡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는 최악의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새 비대위 출범부터 반대했던 세력이 있었던 점도 부담이다. 국민의힘의 김용, 허은아 의원 등은 새 비대위 출범과 정 비대위원장 임명에 대해 명시적 반대가 있었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앞서 전국위 의장을 사퇴한 서병수 의원 등 당과 이 전 대표의 사과를 바라는 여론도 있지만, 쉽지 않다. 정 비대위원장 역시 이 전 대표와의 만남과 관련 “긍정적인 결말을 예상하기엔 국면이 너무 왔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가처분 결과에 상관없이 당 내분 상황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법원 판결에도 재차 비대위를 강행하는 선택을 한 것이 당 안정화보다 당권에 대한 욕심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 한 관계자는 “법원이 집권당 비대위를 재차 해산시키는 결정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여기까지 오면서 기성정치에 대한 실망 여론이 많다는 점”이라며 “주변에선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점은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