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한국특화전략산업 '마이크로 의료로봇'

유명한 컴퓨터공학자이자 미래학자인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2020년대까지 초소형 로봇에 의해 질병이 줄어들고 2030년대에는 초소형 로봇에 의해 인간 수명이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로 '마이크로 의료로봇' 이야기다. 20년 전에는 미래 예측이었지만 지금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초지능·대융합을 특징으로 해서 산업과 기술이 연결되고 지능화되는 새로운 대융합 산업 생태계로의 부상을 촉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와 IHS이 조사한 대표 산업군의 2020년 시장 규모 및 연평균 성장률은 △정보통신기술(ICT) 4조달러, 0.9% △자동차 2조달러, 3.1% △헬스케어 11조5000억달러, 5%로 헬스케어 시장이 가장 큰 규모와 성장률을 보인다. 국내에서도 최근 바이오·제약·의료기기 기업의 성장세가 정체돼 새로운 전략적 투자를 통한 국가 성장동력 창출의 전기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2세대 캡슐내시경.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2세대 캡슐내시경.

마이크로 의료로봇의 강점은 무엇일까. 요약하면 마이크로 의료로봇 제품은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의료기기와 의약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신의료기기 또는 복합의료기기 분야로, 첨단성과 차별성을 특징으로 한다. 마이크로 의료로봇을 통한 무절개 또는 최소침습 치료는 환자 및 의료진을 위한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선진국 주도의 일반 의료기기·로봇 시장과 달리 우리나라 마이크로 의료로봇 기술은 이미 높은 기술 경쟁력과 다양한 특허를 보유, 해외 특허장벽 구축을 통해 시장 선점도 가능하다. 마이크로 의료로봇 관련 세계시장은 연평균 7%의 높은 성장 추세로, 심혈관·진단영상기기와 약물전달기기 순으로 두드러진다. 글로벌 데이터와 의료기기 시장은 2013년 1032억달러에서 2021년 1453억달러로 커졌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일반 소화기 내시경은 2017년 56억달러에서 2022년 79억달러로 연평균 7.0% 증가세를 보이고, 캡슐 내시경은 2017년 1억6000만달러이며 내시경 유형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연평균 9.1% 성장률을 보이며 2022년에는 2억4000만달러 시장을 전망하고 있다.

국내 마이크로 의료로봇 산업 현황은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아 생태계 초기 지원, 사업성 및 확산 전략 등 두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대부분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첨단제품 생산에 필요한 시제품 제작 시설 구축과 시험평가 등 인증기반 구축이 어렵다. 특히 의료기기와 의약품이 조합된 복합 분야로 청정실·멸균 공정 등의 시설과 필요 장비 양면에서 큰 비용이 소요, 개별 기업의 자체 시설구비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의료산업은 자동화·정밀화·일상화 관점에서의 패러다임 변화가 있다. 그 가운데 마이크로 의료로봇은 자동화·정밀화라는 패러다임 변화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상시로 건강 상황을 체크하고 진단하고자 하는 기능에도 부합한다.

마이크로 의료로봇은 인식·판단·동작·이동 또는 통신 기능에 인공적인 기술이 부가돼 능동성을 띠고 인체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진단·치료나 약물 전달 기능을 수행하는 초소형 의료기기 또는 관련 기술이 부가된 보건 의료기술로 정의할 수 있다. 마이크로 의료로봇의 범위는 의료기기 가운데 전동식 수술/치료기기나 진단영상기기·의료용경 등에 해당하며, 치료 및 처치 분야는 표준질병 분류 가운데 순환기계·소화기계·근육골격계·신경계와 관련된 질병 분야에 해당된다. 일반 의료 로봇과 비교는 다음 표와 같다.

마이크로의료로봇의 혁신성은 다음 그림과 같다.

[ET시론]한국특화전략산업 '마이크로 의료로봇'

마이크로 의료로봇은 기술 혁신성과 차별성 등으로 현재 단일한 분류체계가 없고 기술 및 산업분류 주관부처의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고 있다. 기술분류는 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회의 국가표준분류체계에 따르면 치료 및 진단기기에 해당하는 수술용 로봇으로 구분되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분류에서는 의료용경과 정형 및 기능회복용 기구에 해당한다. 통계청의 표준산업분류에서는 전동식 수술 및 치료기기로 분류되고, 표준질병 분류기반 범위로는 순환기계·소화기계·근육골격계통·신경계 관련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한 능동주행 초소형 의료기기로 나뉜다.

그동안 마이크로 의료로봇 분야 기술 및 제품 개발과 세계적인 특허 동향을 살펴보면 특히 소화기 분야는 세계적으로 활발한 제품 경쟁 환경 영향에 힘입어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KIMIRo)은 국제적인 기술경쟁력으로 지속적인 기술개발 성과를 도출했다. 1세대인 연동운동에 의한 영상진단 캡슐 내시경은 관련 국내기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까지 받았고, 2세대인 구동형 캡슐과 3세대인 다기능 캡슐 기능까지 개발했다.

순환기 분야는 KIMIRo가 2010년 세계 최초로 살아 있는 돼지의 동맥에서 마이크로로봇 동작 제어 실험에 성공했다. 마이크로로봇 기술에 의한 카테터 시술 로봇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간동맥에 기생하는 간암 바이러스의 치료용 혈관색전 마이크로로봇 기술과 제품이 KIMIRo 주도로 다양한 기업과 함께 개발되고 있다. 근골격계에서는 KIMIRo가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에 의한 연골 재생기술인 '스템 셀 내비게이터'(Stem Cell Navigator) 특허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고, '자가 골수 줄기세포 치료술'(BMAC)에 특허기술을 접목한 제품의 기술 개발을 정부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KIMIRo는 2019년부터 국내 관련 20개 기관과 함께 보건복지부 사업으로 '마이크로 의료로봇 실용화 기술개발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서 다양한 특허와 신의료 기술이 도출되고 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후속 사업을 통해 사업화 희망 기업과 함께 새로운 의료기기를 제품화한다. 국내에는 KIMIRo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구기관이 세부 분야별 강점을 보이며 연구하고 있다.

한국은 마이크로 의료로봇 기술 분야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마이크로 의료로봇 특허 출원은 1990년대 초반에 이뤄졌다. 미국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이 특허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특허 데이터 집계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국이 가장 활발한 가운데 한국이 2위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마이크로 의료로봇 수요기업 현황은 마이크로 의료로봇 중분류로 중복되는 기업(중복 포함 362개 기업)을 제외한 총 305개 기관으로 조사됐다. 소기업이 90개(2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중기업(26%), 기타(20%), 소상공인(16%), 대기업(4%), 중견기업(3%), 보호 대상 중견기업(2%) 순을 이루고 있다.

최근 KIMIRo에서는 '마이크로 의료로봇 개발지원센터' 착공식을 개최했다. 복지부 사업으로 사업화 희망 기업에 신속한 품목허가 지원을 위한 임상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시설, 의료기기 시험·평가 시설, 청정실 및 동물실험실을 제공하기 위해 총 309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미 확보한 다양한 특허를 국내기업에 제공하고 마이크로 의료로봇 사업을 희망하는 기업에 상용화를 쉽게 추진할 수 있는 시설과 인프라를 제공, 초기 진입장벽을 대폭 낮춘 셈이다.

국내 마이크로 의료로봇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술 수준, 특허 주도국으로서 진입장벽을 거꾸로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건, 다양한 연구인력 인프라 및 최근 사업 희망 기업에 절실한 제품화 인프라 지원까지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축적해 오는 등 이제 한국특화전략산업으로 발돋움할 때다.

박종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장.
박종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장.

박종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원장 jop@kimiro.re.kr

<필자>박종오 박사= 우리나라 마이크로 의료로봇 산업을 이끄는 세계적인 전문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 수료 후 독일 슈투트가르트대에서 로봇공학박사를 취득하고 프라운호퍼연구소에서 로봇 응용 분야를 연구했다. 귀국 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장기 대형 국책사업인 21세기프론티어사업단의 단장으로서 우리나라 마이크로로봇 분야를 개척했다. 전남대 교수를 거쳐 독립연구재단인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을 설립, 이끌고 있다. 캡슐 내시경, 대장내시경, 혈관치료 마이크로로봇, 줄기세포 마이크로로봇 등의 세계 최초 개발과 산업화 사례를 일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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