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추운 날씨에 쥐약인 배터리 '원인 규명'에 한 걸음 가까이

리튬이온 배터리 전해액의 구조
리튬이온 배터리 전해액의 구조

추운 날씨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배터리가 유독 빨리 닳는다. 배터리 내부저항이 증가해 배터리 용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분자 수준에서 아직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조민행 분자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장(고려대 화학과 교수)팀이 저온에서 리튬574이온 배터리 전해액 용매 구조를 밝히며, 배터리 성능 저하 원인 규명에 한 걸음 다가섰다고 13일 밝혔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분리막, 전해액으로 구성된다. 음극에서 리튬 원자는 리튬이온과 전자로 분리되고, 전자는 배선을 따라 이동한다. 이것이 전기를 공급하는 전류다. 이때 리튬이온은 전해액을 통해 양극으로 이동하고, 양극에서 다시 전자와 결합한다. 온도가 떨어지면 리튬이온이 전해액에서 전극으로 이동하는 '탈용매화 과정'에서 배터리 내부저항이 증가한다.

리튬이온 용매 구조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탈용매화 과정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저온에서 배터리 성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리튬이온 용매 구조는 리튬이온이 전해액에 녹을 때 리튬이온과 주변 음이온, 용매 분자들이 이루는 구조다. 지금까지는 리튬이온 용매 구조는 리튬이온을 중심으로 4개 분자가 있는 4배위 정사면체 구조를 이룬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최근 리튬이온 용매 구조가 정사면체라는 정설로 설명할 수 없는 실험 결과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연구진은 저온 장치가 장착된 '푸리에 적외선 분광기(FTIR)'를 사용해 상온부터 영하 33.15도(까지 온도를 변화시켜가며, 리튬이온 용매 구조와 이온화 과정을 관찰했다. 그 결과, 리튬이온 용매 구조는 정사면체에 국한되지 않고 용매 환경에 따라 3배위, 4배위, 5배위 등 다양한 구조를 가진다는 것이 확인됐다.

조민행 단장은 “이번 연구는 기존 리튬이온 용매 구조 관련 통념이 실제와 다름을 보여준 중요한 연구로 저온에서도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 새로운 배터리 설계에 중요한 단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ACS)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Physical Chemistry Letters(IF 6.888)' 8월 18일자 추가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