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은 설과 함께 정치권의 대목이다. 설과 추석 전후로 민심의 향방이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도 추석을 계기로 저조한 지지율에서 벗어나 국정 운영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통해 발표되는 역대 대통령 지지율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성적은 초라하다. 추석 즈음인 집권 1년 차 3분기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과 비교하면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낮은 수준임은 확실하다.
지난 8월 30일~9월 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갤럽의 정례 조사(응답률은 11.7%,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27%로 나타났다.
아직은 윤 대통령의 집권 1년 차 3분기 평균 지지율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추세로 짐작건대 대략 20%대 후반에서 30%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1년 차 3분기 지지율 기준으로 보면 역대 대통령 가운데 대략 5등 정도 할 가능성이 짙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정권의 집권 1년 차 3분기는 집권 이후 반년 이상 경과한 시기를 의미하지만 윤석열 정권의 1년 차 3분기란 집권한 지 4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역대 정권의 추석 즈음 지지율보다는 조금 높아야 정상이다. 지지율은 집권 이후 시간이 경과하면 할수록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 패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보면 윤 대통령은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반면 현재 윤 대통령을 둘러싼 환경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문제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의 '정상화' 여부다. 국민의힘은 새로운 비대위원장으로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임명했는데 정 신임 위원장은 끊은 담배까지 다시 피우며 '독배'를 들이키는 심정으로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의 현재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직을 맡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임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정 부의장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은 오랜 정치 경험에서 나오는 장기적 안목 때문으로 생각한다.
정 위원장은 5선으로, 국민의힘에서는 최다선 의원이다. 그는 뚝심과 저력·정치력을 겸비한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점들은 현재 상황 극복에 아주 중요한 능력이 될 수 있다. 본인에게는 독배지만 당의 입장에서는 '선물'인 이유다. 그럼에도 약점도 있다. 윤 대통령과 매우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점이 그것이다. 정 부의장은 스스로 윤백관(윤 대통령을 위해서라면 백의종군한다)이라고 칭할 정도로 윤 대통령의 '정치적 측근'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비대위원장이 됐기 때문에 야당을 비롯한 반대 세력으로부터 “돌고 돌아 다시 친윤”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측면은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중요한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정치를 시작한 지 이제 1년 정도 지난 윤 대통령은 당내 기반이 약하고, 그런 상태에서 지금과 같은 비상 상황을 돌파해야 할 때는 대통령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정치적 경륜이 높은 인물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이 본인에게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정진석호 비대위의 운명은 이준석 전 대표가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의 인용 여부에 달려 있다. 정 부의장이 신임 비대위원장에 임명되자 이 전 대표는 다시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제 '이준석' 하면 '가처분'이라는 단어가 생각날 정도다. 그런데 이 전 대표의 이런 반복되는 행위는 시간이 갈수록 이 전 대표에 대한 우호적 여론과 세력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차원에서 우려스럽다.
본래 여론이란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는 상당한 관심을 보이지만 같은 행위가 반복되면 금방 식상해 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 전 대표 측이 내는 '지속적 가처분 신청'으로 국민의힘 내홍이 지루하게 계속되면 보수층은 지난번 탄핵 사태를 떠올리며 이 전 대표에게 완전히 등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이 전 대표의 정치적 미래는 더욱 어두워질 수 있기 때문에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와 관련한 또 하나의 일이 남아 있다. 오는 16일 이 전 대표는 경찰에 출석하는데 그 이후의 사태 진전에 따라 당내 상황도 달라질 수 있다. 만일 이 전 대표에게 '혐의없음' 결정이 내려진다면 이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면서 또다시 법정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짙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 윤리위는 그동안의 이 전 대표 행적에 대해 추가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상황이 예상대로 흐르면 국민의힘 정상화는 더욱 멀어지게 된다. 10월에 있을 국정감사에서도 여당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이번 국정감사는 문자 그대로 여야 간 혈투의 장이 될 공산이 높다. 여기서 여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전체의 지지율이 또다시 하락하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반대로 이 전 대표 관련 의혹이 검찰로 넘어가게 되면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하며 지속적인 대여 투쟁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 한마디로 이래저래 국민의힘의 비상 상황 조기 수습은 어려울 수 있다.
현재 상황이 이렇지만 윤 대통령은 인적 쇄신을 위해 노력하며 지지율 반등을 꾀하는 듯 보인다. 그런데 대통령실의 개편, 그것도 비서관과 행정관 중심의 인적 쇄신이 과연 지지율 반등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바꾼다고 한들 이것을 인적 쇄신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권이 왜 수석부터 교체했는지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일단 자신의 지지 기반인 보수층에게 어필하는 정책부터 추진해야 한다. 팬덤이 없는 대통령은 일단 지지 기반부터 튼튼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보수층 일부도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집 나간' 보수층부터 다시 불러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지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도층으로의 지지층 확산은 어불성설이다. 보수층의 온전한 지지를 받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 yulsh@mju.ac.kr
◇필자 소개신율 교수는 1987년 고려대를 졸업했다. 막스 베버, 에드문트 후설, 마르틴 하이데거가 공부하고 교수로 지낸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통일연구원을 거쳐 1995년 9월부터 현재까지 명지대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국제정치학과 부회장 등을 지냈다. KBS 생방송 심야토론 MC,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MC, YTN '신율의 시사탕탕' MC 등 다양한 언론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