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를 국정 비전으로 설정했다. 산업·경제의 디지털전환 촉진과 디지털 혁신을 통한 생산성 및 부가가치 혁신으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모든 국민이 윤택한 삶을 영위한다는 목표 아래 12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국민과 약속한 국정목표를 실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도 이 가운데 하나다. 국정운영방식을 대전환하고 국정과제가 잘 실천될 수 있는 기술·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 내 모든 데이터를 연결해 디지털 플랫폼에서 국민·기업·정부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디지털 대전환에 따르는 미래 지향적인 정부의 모습이라는 점에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국민 개개인이 찾지 않아도 알아서 국민에 맞게 챙겨 주는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국민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행정의 전면적인 디지털화와 데이터 기반 국정 운영으로 정부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공공 부문에 쌓여 있는 막대한 공공데이터를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게 열어 줌으로써 민·관 협력으로 국가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틀이 공고화될 수 있다.
디지털플랫폼정부가 상정하고 있는 목표나 다양한 세부 과제를 살펴보면 모두 데이터, 특히 국민의 개인정보를 더 많이 처리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를 살펴보면 '디지털'이라는 단어가 181번, '데이터'는 49번 사용된다. 국정과제 추진 과정에서 데이터나 개인정보 활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우리 미래상으로 설정된 디지털플랫폼정부가 장밋빛 미래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디지털플랫폼정부로 말미암아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추측하고 적절히 대비해야 한다. 국정과제에서도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주요 추진 내용으로서 데이터 안전 활용 기반 강화를 위해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고, 데이터를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디지털플랫폼정부가 단기 성과를 지향함으로써 데이터 안전 활용의 약속이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국정과제 11번 제목은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으로 시작한다. 이 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데이터 활용의 극대화가 기대되지만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이른바 '빅브라더'가 떠오른다. 국민 개개인을 위해 AI와 빅데이터 기반의 개인 맞춤형 '마이 거버먼트'를 구현하거나 공공 마이데이터 등 국민 체감형·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부득이하게 개인정보를 처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집적 처리됨으로 말미암은 국민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에 대한 위협이나 개인정보 처리 과정에서의 오남용 문제, 디지털플랫폼정부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보안이나 개인정보 침해 위협 문제 등에 대한 대응방안도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
디지털플랫폼정부 내에서 처리되는 개인정보는 정부가 처리하는 신뢰성 있는 정보로 구성되고 막대한 양의 고품질 데이터이기 때문에 유출이나 오남용이 발생하면 국민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에 대한 침해의 심각성은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다.
국민 모두가 잘살 수 있게 하기 위한 디지털플랫폼정부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그 설계 단계에서부터 실제 운영에 이르기까지 데이터 보안이나 개인정보 보호의 가치를 항상 중심에 놓아야 한다. 한 번 깨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더욱 어렵기 때문에 디지털플랫폼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만족을 보장하기 위한 성공의 필수 조건으로서 데이터·개인정보 안전망을 구축하고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는가에 대한 소관 부처의 내부적인 점검·감독과 함께 국가 DPO로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안전하고 신뢰받는 디지털플랫폼정부를 통해 국민 모두가 만족하는 새로운 국정 패러다임을 열어 가길 기대한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 kjchoi@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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