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디지털전환과 페루 전략 2050

[미래포럼]디지털전환과 페루 전략 2050

페루 리마 생활이 어느덧 1년 됐다. 관광객이 눈에 많이 띄기 시작한다.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경제사회 활동 가운데 많은 부분이 인터넷을 활용한 비대면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디지털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수용성도 크게 높아졌다. 코로나로 말미암아 개인과 사회, 비즈니스의 모든 추세가 10년 앞당겨졌다고 한다. 최근 들어 남미, 특히 페루의 정보통신 분야는 디지털전환과 스마트시티로 달궈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입찰 소식이 들려오고, 한국을 비롯해 스페인·독일 기업들의 페루 나들이도 잦아지고 있다.

디지털전환은 디지털 기술 영향으로 발생하는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와 혁신으로 정의할 수 있다. 디지털전환이 가져온 효과는 기술 적용을 넘어 문화와 비즈니스 혁신으로 이어져서 다양한 형태로의 가치와 수익 창출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이제 디지털전환은 전 세계 국가의 공통 목표이자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페루 정부 역시 지난해 9월 민간 영역을 포함한 디지털전환법을 제정하고 이에 한층 집중하고 있다. 산업화·정보화는 늦었지만 디지털전환으로 따라잡으려는 의지가 크다.

남미 지역의 디지털 인프라는 꾸준한 개선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페루의 해외 접속 통신망과 국가 백본망은 비교적 낮은 수준이며, 중계 구간과 라스트마일의 통신 인프라는 열악한 편이다. 아마존 밀림과 산악지역은 통신망은커녕 차량 접근마저 어려운 상황이며, 일반 가정까지의 유선망 보급률은 불과 10%를 살짝 넘는 수준이서서 대부분 모바일로 커버하고 있다.

디지털 접근성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된다 하더라도 도시와 지방 간 디지털격차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중남미 지역의 인터넷 이용률은 66.7%로 90%의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51.4%의 세계 평균 또는 44.4%의 개발도상국 평균 수준을 약간 상회하고 있다. 중남미의 유무선 브로드밴드 보급은 100명당 각각 12명과 72명으로, 15.2명과 75명인 세계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

지난 7월 말 페루 정부는 '페루 전략 2050'을 발표했다. 50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으로, 30년 후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정책 지표가 가시권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중장기 계획이라 해도 10년 전후가 대부분이어서 더욱 구체적인 목표 달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향후 분야별·단계별 발전 계획이나 액션 플랜이 강구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전환은 보고서의 여러 군데에 언급돼 있으며, 국가전략에서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경제, 사회, 교육 등 국가 비전과 청사진은 충분히 제시돼 있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달성하는가이다. 이른바 전략적 사고방식으로 현황파악(as-is)과 목표(to-be)가 명확해야 하고, 두 단계의 갭을 메울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현실과 현황 파악부터 시작해야 한다.

디지털전환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권고한 바와 같이 종이문서의 디지털화, 정부와 기업의 디지털전환, 사회의 디지털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이의 최종 귀착은 국민 중심이어야 하고 비용절감과 위험감소, 투명하고 효율적인 정부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페루의 노력을 지켜보면서 개도국에 도움이 될 만한 디지털전환 로드맵은 대략 네 가지로 귀착되는 것 같다.

첫째 민간 포함, 사회 전반적인 협력을 아우르는 국가 디지털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지표가 명확해야 하고, 국가에 가장 적응적이고 유연한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 미래의 중심에 사람을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사람을 준비해야 하고, 공무원과 국민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전환 필수 요소인 인프라를 우선 구축해야 한다. 특히 가난한 사람이든 산골오지에 있는 사람이든 막론하고 디지털 혜택을 골고루 받아야 한다. 디지털 기술이 모든 국민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기본설계대로 지속적인 추진과 미래를 위한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적 불안정, 정부의 리더십 부재와 추진체계가 마련되지 않고서는 디지털전환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디지털 혁명이 지능정보사회 도래를 촉진하고 있다. 페루의 디지털전환 의지로 시장이 열리고 있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디지털 신기술 발전이 디지털전환의 도구라면 비록 지구 반대편의 남미이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기업들이 진취적으로 진출해서 페루의 경제사회 전반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

신상철 한·페루 디지털정부협력센터장 ssc032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