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코리아써키트 제3공장. 이곳은 이달 말 첫 가동을 앞뒀다. 설비 대부분이 바쁘게 돌아가며 시범 생산이 진행되고 있었다. 추석 연휴에도 이곳은 '24시간 풀가동'하며 정상 운영을 준비했다.
입장부터 까다로웠다. 반도체 생산에 버금가는 클래스100 수준 '클린룸'이었다. 머리카락 한올 빠지지 않게 꼼꼼히 모자를 쓰고 장갑, 방진복 착용 후 에어 샤워를 통과하고 나서야 입장이 허용됐다. 메이크업도 허용되지 않았다. 글로벌 주요 고객사가 최근 제3공장을 방문한 후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라며 엄지를 치켜올릴 만했다.
제3공장은 코리아써키트가 2000억원을 투자해 조성한 플립칩-볼그리드 어레이(FC-BGA) 기판 전용 공장이다. FC-BGA는 칩보다 기판 크기가 커서 서버, 노트북, 전장 등에 탑재되는 고부가 기판을 말한다. 제3공장이 9월 첫 생산을 시작하고 정상 가동되면 제2공장의 1.5배에 이르는 생산능력(케파)을 확보하게 된다.
제3공장은 무인화, 첨단 스마트 공장으로 설계됐다. 무인 물류 로봇이 심심치 않게 돌아다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최소 인력이 투입된다. 모든 생산품은 전자태그칩(RFID) 시스템으로 철저한 이력, 제품 관리가 이뤄진다.
윤영선 코리아써키트 패키지사업부장(부사장)은 “반도체 기판이 고집적, 초미세화되면 사람이 운반하고 관리하는 것보다 로봇을 투입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면서 “사람 개입이 최소화 될 수록 반도체 패키지 기판 수율, 생산성, 품질 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무인 스마트 팩토리를 지향하지만 오히려 인력은 더 뽑는다. 공장 내부 단순 운반, 관리 인력을 줄이는 대신 첨단 시스템을 연구, 설계하는 지원 인력이 늘었다. 생산성과 품질 수준을 끌어올려 인당 생산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제3공장이 탄생하기까지는 18개월이 걸렸다.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기획부터 시생산까지 회사 총역량을 집중했다. 회사는 FC-BGA 제3공장 첨단 시스템을 다른 공장으로 전파하는 '마더팩토리'로 키울 방침이다.
회사가 FC-BGA를 미래 먹거리로 찍은 것은 성장성 때문이다. 통신과 전장 분야에 특히 집중한다. 지금까지 핵심 매출원은 스마트폰용 HDI 기판이었다. 미래 성장 동력을 구축하기 위해 세계적 수요가 폭증하는 고부가 반도체 패키지 기판 사업을 키우기 시작했다.
글로벌 고객사도 먼저 투자를 제안하는 등 안정적인 수요처도 확보했다. 회사는 5년 전 FC-BGA에 처음 뛰어들어 2년 전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FC-BGA는 기판 중에서도 가장 높은 기술력과 대규모 투자 여력을 요구하는 제품군이다. 국내에서 이 사업을 하는 업체는 대기업 포함 4곳뿐이다.
실적도 뒷받침됐다. 코리아써키트는 별도 기준 올해 8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 인터플렉스, 시그네틱스 등 계열사 연결기준으로는 지난해 1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 기업이 됐다.
윤 부사장은 “국내에서 코리아써키트는 FC-BGA 이력으론 막내지만 회사가 쌓아온 기술력, 경쟁력 등으로 세계적 기업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회사에선 FC-BGA 투자를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공장만 운영 중인 코리아써키트는 향후 베트남 증설도 검토 중이다. 고부가 제품인 FC-BGA는 한국에서 생산하면서 기존 핵심 사업을 베트남으로 일부 옮기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안산=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