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돌아 고강도 긴축 가능성이 짙어지자 글로벌 자본시장이 요동쳤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이후 일일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으며 이에 영향을 받은 국내 증시도 한때 2400선이 무너지며 전일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14일 코스피는 전일 종가 대비 59포인트(P) 하락한 2390.47로 출발, 오전 한때 2380선까지 후퇴했다. 개인이 홀로 3890억원어치 매수하며 낙폭을 줄였으나 외인과 기관이 각각 1630억원, 2394억원어치 물량을 던지면서 2411.42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시가 총액 상위 종목들은 1%대 이상 하락을 보였다. 네이버, 카카오 등 기술주 낙폭도 뚜렷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2009년 외환위기 이후 13년 5개월 만에 1390원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 갔다.
미국 노동부는 13일(현지시간) 8월 CPI가 전년 같은 달 대비 8.3% 올랐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 8.0%를 상회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6.3%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오늘 데이터는 미국 경제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진전이 있음을 보여 준다”면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더 많은 시간과 결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예상보다 물가 상승 속도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기준금리를 100b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 단행 우려가 커졌다. 전문가들은 금리 선물 시장 데이터를 근거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00bp 인상 확률이 30%를 넘었으며 11월 FOMC에서도 75bp 인상할 확률이 50% 이상이라고 전망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준의 긴축 정책이 물가 제어에 효과가 없음을 증명하면서 정책 실패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됐다”면서 “연준의 가장 큰 목표가 물가 대응이라는 점에서 연준의 긴축 기조는 장기화 가능성이 짙다”고 분석했다.
15일 이더리움 '머지' 업그레이드에 대한 기대감으로 점진 회복세를 보이던 코인 시장도 찬물을 뒤집어 썼다. 특히 시가총액 1위의 비트코인은 CPI 발표 직후 급락하며 이달 들어 가장 두드러진 낙폭을 보였다. 가상자산 분석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4일 낮 12시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8% 하락한 2830만원대에 거래됐으며 이더리움 역시 5.5% 하락한 225만원선에 시세를 형성했다.
대외적 변수 영향이 커짐에 따라 머지 업그레이드 완료 이후 코인 시장 방향성에 대한 변동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머지 업그레이드가 차질을 빚을 경우 비우호적인 거시 경제 여건과 맞물려 시장 전반이 약세로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미선 빗썸경제연구소 리서치센터장은 “머지 성공은 이더리움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걸쳐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는 재료가 되고, 비트코인 대비 이더리움의 상대적 강세를 이끄는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 “기대와 달리 머지가 실패할 경우 가상자산의 약세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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