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독일에서 미국으로 배터리 생산기지 이전 '검토'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제조사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에 배터리 생산 거점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일정 비율 이상 미국산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탑재하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정부의 IRA가 전기차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가 독일 공장에서 자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려던 계획을 보류하고 미국 내 제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IRA에 따라 전기차 제조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IRA 발효 후 독일 베를린 공장에 투입하려던 배터리 제조 장비를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P=연합>
<로이터=연합>
<로이터=연합>

WSJ는 IRA가 테슬라 경영 전략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IRA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신차에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수혜 대상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제조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 완성차도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

테슬라는 독일보다 미국에서 배터리를 만드는 게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최근 몇 개월 동안 유럽 내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것을 고려하면 테슬라의 독일 공장에 투입되는 비용도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WSJ는 테슬라의 이 같은 움직임이 IRA 시행에 따른 전기차 산업 재편이라고 평가했다.

테슬라는 IRA 시행 이후 미국 텍사스주에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을 정제하는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액 공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현재 중국에서 가동하고 있는 리튬 정제 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려는 시도로 보인다.

WSJ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리튬 배터리는 새로운 기름”이라며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하면서 테슬라 이외 다른 전기차 제조사도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지난달 오하이오 공장에서 배터리 셀 양산을 시작했다. 신규 공장 2개도 짓고 있다. 포드와 SK이노베이션이 손잡은 합작법인도 미국에 총 세 곳의 배터리 생산 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