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옷 사지말라'던 파타고니아…회장일가 지분 100% 기부…왜?

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 창업주. 사진=파타고니아 홈페이지
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 창업주. 사진=파타고니아 홈페이지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창업주인 이본 쉬나드 회장 일가가 4조원이 넘는 회사 지분 전부를 환경단체와 비영리재단에 넘겼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타고니아는 비상장 기업으로, 쉬나드 회장 부부와 두 자녀가 소유하고 있던 지분의 가치는 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조 2000억원에 달한다. 지분 이전은 지난달 완료됐으며, 2%는 신탁사에, 98%는 비영리재단에 이전됐다.

쉬나드 일가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 또, 이들은 매년 파타고니아의 수익 1억 달러(약 1390억 원)가 기후변화와 환경보호 활동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쉬나드 회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기부 결정에 대해 “소수의 부자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가난한 사람으로 귀결되는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 형성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지구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위해 최대한의 자본을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걸린 ‘이제는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입니다’ 문구. 사진=파타고니아 홈페이지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걸린 ‘이제는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입니다’ 문구. 사진=파타고니아 홈페이지

환경을 위해 쉬나드 일가가 지분 전부를 기부한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자, 파타고니아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제는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입니다(Earth is now our only shareholder)’라는 문구가 걸렸다.

1938년 미국 메인주에서 태어난 쉬나드 회장은 요세미티 국립공원 암벽 등반의 1세대로 불린 인물이다. 그가 직접 제작한 등반 장비가 암벽 등반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1960년대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던 쉬나드 회장은 근무 당시 북한산의 암벽 등반로를 개척하기도 했다. 제대 후에는 ‘쉬나드 장비’라는 회사를 설립해 등산 장비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이상인 ‘환경보호’를 실천하기 위해 1973년 파타고니아를 설립했다.

파타고니아는 유기농·친환경 재료만 사용하고, 하청업체 직원들의 복지에도 신경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적자가 나는 해에도 매출의 1%를 기부했다.

특히 파타고니아는 2011년 NYT에 게재한 ‘이 재킷을 사지 마라’라는 광고로 유명하다. 자극적인 ‘역카피 광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 문장은 소비를 줄이고 있는 걸 고쳐 쓰고 재활용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파타고니아는 경쟁사보다 원가가 높은 만큼 소비자 가격도 높았다. 심지어 사지 말라는 광고까지 했음에도 매출은 꾸준히 늘어났다.

쉬나드 회장은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하는 억만장자 명단에도 올랐다. 그러나 그는 낡은 옷을 입고, 저가 자동차를 타며,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검소한 생활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쉬나드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정리하겠다는 결심을 한 뒤 측근들은 파타고니아를 매각하거나 기업공개를 하는 방안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비상장 회사의 지분을 기부하는 것보다 매각이나 기업공개를 하는 것이 더 많은 자금을 마련해 기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쉬나드 회장은 매각과 기업공개 방안을 거부했다. 기업공개 시 수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직원 복지와 환경보호라는 기업 문화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회사 지분을 비상장 상태로 100% 기부하는 것이 파타고니아의 기업 문화를 지켜나가면서도 지구를 보호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라는 것이 쉬나드 회장의 설명이다.

쉬나드 회장은 "내 삶을 올바르게 정리할 수 있게 돼 안도감이 든다. 이상적인 방안을 찾았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