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는 디지털 기술과 의료를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치료제다.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약물이 아닌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게임, 가상현실(VR), 애플리케이션(앱),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질병을 관리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장 보편적인 것은 약물이다. 알약이나 캡슐 같은 약물이 1세대 치료제라면, 항체나 단백질, 세포 등 생물제제를 활용한 치료제가 2세대 치료제로 꼽힌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치료제는 3세대 치료제로 분류된다.
디지털 치료제는 이용자의 운동을 도와주는 앱이나 프로그램 같은 디지털 헬스케어와는 차이가 있다. 치료제이기 때문에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려는 목적이 있어야 하고, 실제로 치료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 치료제는 건강관리에 초점이 된 디지털 헬스케어보다 전문적이면서 의학적인 측면이 강하다.
디지털 치료제가 부상하는 이유는 장점이 명확해서다. 기존 약물과 달리 제조, 운반, 보관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경제적이다. 한번 개발한 후에는 대량으로 활용할 수 있고, 약물과 달리 독성과 부작용 위험도 적다. 또 디지털 치료제를 통해 사용자의 이용기록과 데이터를 모니터링함으로써 지속적인 추적 관리도 가능하다.
그러나 기존 약에 비해 사용이 복잡하고, 효과가 늦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은 한계로 꼽힌다.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 기존 약물보다 나은 효과성을 입증해야 하는 것도 제한요소다.
일부 한계에도 불구하고 신경정신과 질환, 약물 등 중독 분야에는 활용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 전망도 밝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오는 2026년 96억4000만달러(약 13조4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반인에게는 아직 디지털 치료제가 생소하지만, 치료제로 인정받아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17년 미국 기업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약물중독 치료 앱 '리셋'으로 허가를 받았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치료제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후 당뇨병, 암, 조현병·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불면증, 소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수면장애 등 다양한 분야에서 FDA 허가를 받은 디지털 치료제가 나왔다. 아직 국내에는 디지털 치료제가 없지만, 현재 5개 기업이 임상시험 최종 단계인 '확증 임상'을 수행 중이다. 조만간 국산 1호 디지털 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