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역전할 처지에 놓였다.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등 여파로 은행들이 잇따라 수신금리를 인상하면서 저축은행 평균 예금금리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다. 대내외 여파로 당분간 기준금리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돼 은행과 저축은행의 예금금리가 뒤집힐 가능성도 크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중 우리은행의 'WON(원)플러스예금'이 연 3.52%를 제공해 가장 높았다. NH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 II' 상품도 연 3.30%(12개월 기준)로 3%대 중반을 기록했다.
우대금리를 더하면 금리 수준은 더 올라갔다. 우리은행의 '원플러스예금'은 무려 연 3.80%를 제공했다. 이외에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은 연 3.60%(12개월 기준)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은 연 3.55%(12개월 기준) △KB국민은행의 'KB 스타 정기예금'은 연 3.47%(12개월 기준) 등 순이었다.
이는 기준금리 상승과 더불어 금융당국의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등으로 은행들이 수신상품 금리를 올린 여파가 반영된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예대금리차 공시제도가 시작되면서 '이자 장사' 1위란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신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시중은행 전체 수신금리가 오르면서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 평균 정기예금 금리와도 동등한 수준에 올랐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저축은행들의 평균 예금금리는 연 3.69%다. 이는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평균(12개월 기준)인 3.20%보다 약 0.49%포인트(P) 차이지만, 최고 정기예금 상품과 비교하면 단 0.17%P에 불과하다. 우대금리까지 포함하면 저축은행 평균 정기예금 금리를 넘은 곳도 있다.
은행권에서는 향후 시중은행 수신금리가 더 올라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를 역전하는 상황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발표가 나옴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최대 1%P 금리인상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한국은행 역시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정책금리 인상에 이어 한은까지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이에 반응해 은행들의 수신금리도 더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면서 “통상 은행이 제2금융권보다 기준금리 변화에 더 빠르게 반응하는 만큼 일부 은행은 저축은행 금리 수준을 위협하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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