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이행수단 중 하나인 전력구매계약(PPA) 실적이 4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PPA는 글로벌 RE100을 이행하기 위한 대표 수단 중 하나로 자리잡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높은 국내에서는 아직 제도 활용 유인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정부는 이달 직접 PPA 제도를 시행하면서 기업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를 떨어뜨리지 않으면 PPA 제도 참여가 지속 부진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18일 정부와 관련 기관에 따르면 국내에서 PPA 계약은 4건으로 파악된다. 직접 PPA는 SK E&S가 지난 3월 아모레퍼시픽, 지난달 SK스폐셜티와 계약한 2건으로 올 하반기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제3자 PPA는 한국전력공사 중개로 현대엘리베이터와 태양광발전사업자, 아모레퍼시픽과 에코네트워크가 각각 1건씩 2건을 체결했다. 지난해 6월 제도를 첫 시행한 이후 1년 3개월이 지났지만 계약 실적은 미미하다.
PPA는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전력판매자와 전기사용자가 전력을 직거래하는 당사자 간 계약 방식을 말한다. 한전 중개를 거쳐야 하는 '제3자 PPA', 한전 중개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직접 PPA'로 구분된다. 2050년까지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 RE100의 주요 이행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RE100을 이행하기 위해 PPA 활용을 점차 확대하는 추세다. 클라이메이트그룹과 CDP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PPA를 글로벌 RE100 이행수단으로 활용한 회원사는 28%로 2016년 13%보다 두 배 넘게 확대됐다. 지난 15일 글로벌 RE100을 선언한 삼성전자 또한 미국·중국·유럽에서는 직접 PPA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해외에서는 직접 PPA를 RE100을 달성하기 위한 주력 수단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PPA 제도를 시행했기 때문에 아직 제도에 대한 평가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이달부터 직접 PPA 제도가 시행되는 만큼 향후 제도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 직접 PPA 시행을 위한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의 직접전력거래 등에 관한 고시'를 제정했다. 그간 한전 중개를 거친 제3자 PPA만 시행됐지만 이제 전력판매자가 전력수요자에게 한전 중개 없이 직접 전력을 판매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제3자 PPA는 제도가 경직적이고 불편해 불리한 측면이 많았다”면서 “지난 1일 직접 PPA가 시행됐기 때문에 찾는 기업이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전문가는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PPA 제도가 당장 활성화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산업부는 '새정부 에너지정책방향'에서 PPA 허용범위 확대 등을 통해 독점판매구조를 점진적으로 해소한다고 했지만 현 상태로는 이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조금 더 떨어져야 PPA가 지배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 “현재 PPA 계약을 체결한 기업도 선의로 하는 것이지 경제적으로 유리해서 한 것은 아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하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현 PPA는) 재생에너지에 한정한 것이고 다른 발전원에도 PPA 개방을 아직 논의한 적은 없기 때문에 (시장개방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1년 3개월 동안 4건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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