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남들보다 뛰어난 재주나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천재'라고 부른다. 사전적으로 천재(Genius)란 '선천적으로 타고난, 남보다 훨씬 뛰어난 재주나 재능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천재들은 뛰어난 지적 능력으로 특정 영역의 대가가 되거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면서 위대한 업적을 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천재이기를 많이 원한다.
1960년대 이후 '천재학' 연구에 힘쓴 딘 키스 사이먼턴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심리학 교수에 따르면 천재는 유전이나 단순한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음악의 신동으로 불리는 모차르트에서부터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로 추대 받고 있는 아인슈타인까지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낸 천재들은 실제로 수많은 실패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 실패를 핑계 삼아 주저앉지 않았을 뿐이다.
사이먼턴 교수는 혁신가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혁신가는 성공했기 때문에 많은 아이디어를 낸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많이 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는 말이다. 결국 수많은 천재 또는 창조적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은 혁신가들은 더 많이 성공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이 시도했을 뿐이라는 것, 그것이 혁신의 핵심이다.
사이먼턴 교수의 연구는 발명왕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1만번의 실패가 아닌 9999번의 실험과 발견이 있었을 뿐”이라는 일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에디슨은 성공의 척도를 수많은 실험의 횟수로 판단했다고 한다. 에디슨은 과감한 실험과 과정에서 획득한 실패의 경험을 통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명언을 남겼고, 결과적으로 실패는 혁신을 이뤄 내는데 아주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수많은 실패와 시도 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누구나' 시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실패나 실수에 대한 두려움과 이후 닥칠 실망, 불안감 등 때문에 많은 사람이 용기를 내지 못하고 새로운 학습 과정인 '다음 번'을 놓치고 만다. 즉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디자인 싱킹은 인간 중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 접근방식이다. 끊임없이 반복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통해 용기를 발휘해서 창조적인 자신감을 쌓아가는 데 아주 유용한 방법이다. 애플, 삼성,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전 세계 기업들의 혁신 컨설팅을 수행해 온 IDEO의 공동창업자 톰 켈리는 디자인 싱킹의 핵심 마인드셋 가운데 하나로 창조적 자신감을 꼽는다.
여기서 창조적 자신감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창의성'과 이를 시도하는 '용기'를 포함한다. 따라서 문제의 대상자를 바라보는 인간 중심적인 태도인 '공감'과 더불어 창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태도로써 '창조적 자신감'이 혁신 관점에서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현대 심리학 분야 석학인 앨버트 밴듀라의 연구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밴듀라는 작은 성공들의 모둠이라 할 수 있는 '유도 숙달 과정'을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용기를 북돋아서 건강한 실패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점진적으로 수위를 높여 가며 실패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는 과정이 결과적으로 실패의 공포를 뛰어넘어 다양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끄집어 내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빠른 실패와 성공의 순환 과정인 혁신 주기를 꾸준히 경험한 사람은 초기의 모호함에 대한 두려움과 결과에 대한 불확실함에 대해 불편함 없이 자신감을 발휘해서 시도하는 것에 유연하다. 이를 통해 주저함 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욱 적극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상 유례없는 격변기에 직면한 지금 혁신을 외치는 시대 흐름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창조적 자신감으로 끊임없는 반복과 시도를 통해서 새로운 길을 향해 나가려는 의지와 태도, 이것이 오늘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